[15회]인생 오후 반차, 비로소 진짜 나를 위한 시간

- [15화]

by 개미와 베짱이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인생의 끝자락이 어디인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곶감 빼 먹듯 내 삶의 가장 젊은 하루가 물안개 피어나듯 홀연히 사라진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해는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쉬이 못 넘어가고 한참 머뭇거리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 하루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해가 바뀌면 어느 덧 중년이 지나 머리가 희끗희끗해진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목청 높여 소리치지만 사회는 만만치 않다. 육십이 되면 청춘을 받친 일터에서 나가라고 등을 떠민다. 그 어느 곳보다 익숙함이 짙게 배어있는 일터에서 물러나면 모든 것이 생소하다. 아니 완전히 세상이 뒤집혀졌다. 새로운 질서에 길들여져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내일을 기약한다면 쉽지 않은 것이 은퇴 이후의 일상이다. 오십이 넘으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퇴직하면 뭐하고 살지?!’


백세시대라고 떠들썩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백세 플러스 알파’시대라고 한다. 5060세대는 재수 없으면 120세를 지나 150세까지 산다는 농담 섞인 진담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가보지 않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떠나야 할지 답을 알고 있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정답이 무엇인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준비가 부족하다. 왜 일까?!


‘변화 지체 현상’이다. 우리의 주변은 급속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2년에 1년씩 증가하면서 이미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 등장과 같은 디지털의 일상화로 경력과 지식의 유효기간이 확연하게 짧아지면서 경력 쓰임새는 아주 낮아졌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노후준비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저성장 고비용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노년에는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문제가 펼쳐졌으며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잘 안다.


“육십이 넘으면 쉬어야지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

“이 나이에 뭐를 배운다고 호들갑이야?”

“우리 아버지는 50이 넘으면서 뒷방 늙은이로 자식들 부양받으며 편히 사셨는데.....”


이제 절반 왔다. 오전만 지났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무작정 남은 삶을 ‘운(運)’에 맡기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인데 말이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하루 하루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너무 슬플 것 같다.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아침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시작하면 좋으려만 그렇지 않다면 한숨 섞인 비난이 난무하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허무하게 소비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의 삶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끝이 있는 유한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이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크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 왔듯이, 앞으로 남은 절반도 덜 아쉬워하는 방법으로 채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치있는 삶, 보람있는 시간으로 충만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시간은 저축도 재활용도 되지 않는 철저한 소비재이다.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조급하게 지내지는 말자. 공자는 ‘오십에 하늘의 뜻을 깨닫고 순응한다(五十而知天命)’라고 했다. 오십은 공허함과 흔들림이 커지는 시기이므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백세 플러스 알파시대는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자신만의 방향을 탐색하는 것이 ‘내 몸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사랑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성공보다 만족’에 더 기대면서 열심히 내 길을 생각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전에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오후에는 반차(半次)를 내어 주변을 휘 둘러보자.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것과 생각하지도 못한 변화된 일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골동품처럼 그동안 미뤄 뒀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느긋하게 찾아보자. ‘우리’보다 ‘나’에게 더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자. 가치있고 보람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자. 시간을 소비하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일상과는 거리감을 두자.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일상은 유혹과 타협하고 변명으로 일관되는 삶일 확률이 높다. 땅을 치면서 후회해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내가 풀어야 할 문제도 알고 있고, 오픈 북으로 정답을 써 내려가면 된다. 지금부터 말이다. 오늘이 나에게는 가장 젊은 하루이다. 이 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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