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급작스럽게 어느 한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작가와 나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약 세 달 전에 ‘함께 책을 기획해 보지 않겠냐’고 메일을 보냈고, ‘좋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리고 10월에 만나자고 했는데 연락이 쉽게 되지 않았고, 이렇게 무산되나 싶었다. 그러다 오전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와서 받았더니 그때 연락했던 저자였다.
오후 1시, 주변에 새로 생긴 카페 주소를 보냈다.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그분은 어디에도 없었다. 옆 동네 카페 주소를 보낸 것이었다. 아뿔싸! 부랴부랴 중간 지점을 찾아 다시 주소를 보냈고, 그곳에서 우리는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수학은 발명하는 것일까요, 발견하는 것일까요? 알레프 제로,라는 말을 아세요? 알레프 수는 무한 기수를 나타내는 표기법인데, 이 알레프 수에 알레프 수를 더하면 똑같은 알레프 수가 됩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을 아시죠? 세 분이 한 분이라는 그 신학 공식이요. ‘1+1+1=1.’ 1을 세 번 더하면 3이 되어야 하는데 1이 되죠.” 수학자이자 신학자인 저자는 수학과 신학을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도 거들었다. “선생님, 좋은 이야기들이네요. 그러면 1월부터 한번 글을 써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좋죠!, 아 그런데 제가 쓰기로 한 책이 9권입니다. 이번 연도에 다 쓰려고 했는데 쓰지 못했어요. 어떡하죠. 일단 다 쓰겠다고 말을 해 두어서… 제가 글을 늦게 쓰는 편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매일 아침마다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분은 매번 책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요.”
예비 저자는 매일 아침마다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그분을 부러워했다. 아무래도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 앉아서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는 것보다 이런저런 주제들을 살펴보는 것을 재밌어하는 분 같았다. 그래서 무겁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 달에 1-2페이지 정도 되는 글만 보내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작은 약속 하나를 하고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아니면 무슨 일을 할 때 이전보다 나은 무언가를 하나라도 발전된 상황으로 나아가려 한다. 메일을 보내든, 연락을 하든, 그리고 만남을 가지든, 그 이후에 무언가 하나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문득 아침마다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선생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습관을 가진 분을 부러워하는 그 눈빛이 떠올랐다. 아침마다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는 거, 글을 읽는다는 것, 아니면 무언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일어나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은데, 일어나서 글을 읽거나 쓴다는 건…. 오늘도 우리는 중력을 거슬러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살아간다. 습관이 되어버린 우리 삶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는 대단한 삶으로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