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수업하는 공간

농인에게 배우는 수어

by 수풀향

이젠 무언가를 배우는것은 많은것을 결심하고 결심한뒤 움직이게 된다.

아니 움직이게 되면 다행이다.

꿈틀꿈틀 움직일것 같은 태동이 느껴지면 어김없이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런 내가 아주 오랫만에 언어를 배우기 위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는 곳으로 향했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구체적이지 않는 막연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강의실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왜 배우게 됐는지 궁금증을 유발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노란색의 머리를 물들인 사람부터 70이 훨씬 넘어보이는 할머니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을 보면서 한명 한명 묻고 싶었지만 난 참았다. 그리고 누군가 이유를 물어보면 어찌 말할까 싶어 침묵을 유지했다.


조용하게 들어오는 한 사람

커다란 키에 단발머리를 한 그녀의 옷은 단아해 보였다. 화장 안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던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목소리가 아닌 입모양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한다. "이름"이라고 말한거 보면 이름을 부르겠다고 하는것 같은데 어떻게 부르겠다는거지? 궁금해 하자마자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입을 동글게 넓게 벌리며 한자한자 또렷히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가슴밑에서 뜨거운것이 올라왔다. "000" 아주 명료하고 똑똑하게 인식되는것이 신기할정도였다. 숨소리 조차도 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서로의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그리고 선생님의 입모양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모습들.

와! 이런 강의를 들을수 있다니 행운이다.

왜 몰랐을까 이런것이 있다는거

그때부터였다.

그들의 삶이 궁금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리하여 난 오늘도 수어를 배운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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