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by 상냥한 김선생님

시작은 그 사진 한 장이었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었다는 태양계 가족의 사진 중에서 지구의 사진을 보았다. 처음 보면 그냥 빛바램이 있는 밤하늘 사진인데 먼지 티끌 같은 점이 하나 찍혀있다. 말해주지 않으면 거기 있는 지도 모를 지구다. 그 작은 점 속에서 온갖 일이 벌어진다. 평범한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누군가는 출근하기 싫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별 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할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이 웃음을 보고 미소 짓기도 하고, 누군가는 회식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야 할 핑계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끝을 가보기는커녕, 끝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우주의 위대함 앞에 서면 그저 겸손해질 뿐이다. 그래서일까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세상 누구보다 더 겸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칼세이건은 이 사진에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사진이다. 미움도 잠시, 우쭐함도 그저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쓸데없는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보게 된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단순히 사람의 판단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나름의 종교, 나름의 신, 나름의 인연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이든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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