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작가님들의 새 글 알림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나의 느긋함을 다 알고 있다는 브런치팀의 메시지.글을 쓰지 않은 지 꽤 여러 날이 되었다.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데, 꾸준히 게으름을 피워대는 중이었다.
[변명]
게으름뱅이라 미안해요. 변명을 좀 하자면 지금 학기 초거든요.바빠서요. 교사에게 3월 초는 너무 바쁘답니다.
그런데요, 사실은요.그렇게 바쁘다가하필 코로나를 또 만났답니다.
[격리 통보]
확진자 통보를 받는 기분은 묘했다.내 집에 갇히게 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니 문 손잡이가 꽤 애틋하게 느껴졌다. "이걸 돌릴 수 없는 건가. 당분간. "
시작은 자나 깨나 집에만 있었던 둘째 아들이었다. 집돌이 아들의 코로나 확진은 내가 다 황당할 지경이었다. 우리는 그런 둘째를 항상 집돌이라고 불렀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음날에는 내가, 그다음 날에는 나머지 식구들이, 결국 온 식구가 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증상]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처음엔 목이 따끔거리다가 또 아프지 않다. 그러다 열이 심하게 오르면서 잠을 못 잘 지경이 되다가 열은 사라지고 콧물이 줄줄, 그러다 또 열이 올랐다가 목이 아팠다가 정신없이 휘둘러댄다.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같은 느낌으로 단순히 종합감기라고 말하기가 아쉽다. 급이 다르다.
약을 먹고, 정신을 놓고 자는 게 제일 좋다.
[그들의 반응]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으면 친구가 없는 거라면서요?
아주 친한 친구들의 반응은 가관이다. 덕분에 친구 없는 사람 아니라며 좋아한다. 온 가족이 집에 다 갇혀있다고 하니 미안한데 좀 웃겠다고도 한다. 니들이 친구냐, 친구 맞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고립감을 해결해주는 멋진 사람이 되었다!
다만, 이 바쁜 학기초에 나의 일을 대신 해결해 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격리하는 내내 침대에 붙어있어야 할 만큼 정신없이 몰아치는 코로나 덕에 꾀병은 아닐 수 있으니 죄책감이 덜하기도 하다. 진짜 아프다. 이 몹쓸 병에 걸리지 말라고 기도한다.
[격리 생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첫날 '집돌이' 둘째가 혼자 아팠을 때는 안방에 가둬놓고 식구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고 환기를 하고 밥도 따로 먹고 구역을 나눠있느라 진이 빠졌는데, 며칠 사이 온 식구가 다 확진 판정을 받고 나니 격리 생활이 윤택(?)해진 기분이 든다.
가족 모두다 확진 이후의 풍경이란, 조용히 각자 침대에서 핸드폰을 들고 누워있거나 잠을 자다가, 식사시간에 맞춰 일어나 대충 끼니를 해결한다. 밥을 먹고 나면 각자 약봉지를 꺼내 들고 약을 집어먹는다. 약봉지는 식구수대로 다섯 개가 있는데, 이렇게 약을 먹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면 독한 약기운에 또 정신을 잃고 잔다. 생각보다 멀쩡한 사람이 일어나 주섬주섬 과자 봉지를 뜯고 있으면 옆에 가서 앉아있다가 한 개씩 주워 먹는다. 과자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먹다가 내려놓는데 안 먹으면 또 심심하다. 잃어버린 맛을 찾아서 꼭꼭 씹는다. 미각을 잃은 자들이 퀭한 모습으로 과자봉지 주위에 둘러앉아 소심하게 한 개 한 개 집어먹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눈물이 난다.
코 맹맹한 소리로 다음 끼니를 무엇으로 해결할지 묻고 나서 집 냉장고도 한번 둘러보고, 배달 앱을 켠다. 배달 강국에 살아서 참 다행이다. 미각은 사라졌지만 식욕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밥 먹고 약 먹고 자다가 사람 꼴이 아니라며 씻는다. 겨우 씻고 누웠다가 머리가 눌려 더한 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