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냥한 김선생님 Apr 02. 2022

토요일 아침

거실에 길게 누워있다.

나와 고양이 두 마리.

햇빛이 거실 안쪽을 파고들고,

일주일을 거침없이 살았으니 오늘 하루의 몇 시간 정도는 게을러도 된다고, 셋이 함께 널브러졌다.


고양이 골골 거리는 소리와 윗 집 아이가 두두두두 달리는 소리. 녀석, 여전히 참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군.

시선이 창밖으로 향하면, 하늘이 파랗고 쨍하다. 봄이다.

어디라도 나가야 하나.

생각은 그러한데, 생각만 그러하다.

아 모르겠다. 봄인데 거실에 가져다 놓은 온수매트는 여전히 겨울이라 녹아 붙었다. 온수매트와 싱크로율 100.


창문이나 열어야겠다.

조금 있다 열어야겠다.


거실로 나온 큰 아들을 잡아서 피아노 앞에 앉혔다.

잔잔하고 경쾌한 곡을 부탁했다. BGM이 흐르는 그림 같은 토요일 오전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이 녀석이 갑자기 캐리비언 해적 ost를 페달까지 밟아가며 웅장하게 치고 있다. 학원 가기 싫은 토요일을 연주하는 거란다.

이제 일어나야겠다. 일어나서 등짝이라도 한 대 때려줘야겠다.

 "학원 가야지 이눔아. 대학은 가야 되지 않겠니?"


고양이들 자는 모습에 흐뭇해지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부여잡고 싶다.


워~~얼, 화아, 수우우, 목오옥, 금, 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