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이제 일곱살 먹은 2016년생 어린이와 1980년대 태어난 마흔 살 즈음 어른이의 격이 없는 대화.
휴대폰을 꺼내 또 굳이 보여주고 으쓱한다. 유치 찬란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나의 이런 취미가 아이들과 맞아서 참 감사하다.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이 게임에 대해 아이와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포켓볼을 던지는 데 도망간 녀석을 과일을 던져서 잡으면 추가 보너스를 얻는다는 유용한 팁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럼 몇몇 아이들이 나와 그 아이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끼어든다.
"선생님, 포켓몬 빵 사봤어요? 나 어제 엄마랑 마트에서 줄 서서 사 왔다요? 엄청 오래 걸렸어요. "
"아~ 선생님도 사봤어. 발챙이 빵 1개. 그런데 많이 기다렸어? 힘들었겠다. "
"로켓단 빵 사고 싶었는데 디그다 빵 샀어요."
포켓몬스터의 인기를 실감하며 교실 안을 알록달록 캐릭터들로 채워가기 시작한다. 포켓몬스터 색칠해보기, 포켓몬스터로 글자 익히기. 글자 보물찾기. 바느질 하기. 선 긋기. 온갖 종류의 활동을 내어준다.
포켓몬 글자 보물 찾기 놀이, 글자를 다 찾아서 문장을 완성하면 또다른 수수께끼가 나타난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내친김에 포켓몬스터 인형으로 동물병원놀이도 해본다. 응급구조대가 출동해서 부상당한 피카츄를 구해오면 응급실에서 대기 중이던 아이들이 엑스레이를 찍고 마취도 하고 수술대에 올려 수술도 해준다. 수술이 끝나면 입원도 시켜주는데 이때 링거줄도 길게 늘어져있다.
부상당한 피카츄를 수술하기 위해 대기중이다. 색종이로 제작한 수술방의 조명. 아이들의 놀이는 지켜볼수록 대견하다.
이렇게 상업적인 캐릭터를 교실 안으로 가지고 와도 되는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고 놀이를 확장시킬 수 있으면 그 속에서 교육적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포켓몬스터 이름을 알아보다가 한글을 떼었다는 아이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아, 물론 '고라파덕' 이라던지 '무노'라는 맞춤법이 맞지 않는 이름들은 고민이 되긴 했다. 골 아프다는 단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하는가도 같은 맥락이었다. 문어라는 단어를 '무노'캐릭터 이름으로 읽고 쓰게 된 아이들의 혼란스러움도 바르게 고쳐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는 계속되었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고민은 교사의 몫이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