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방첩/까치]

by 몽구

[반공방첩/까치]

어릴 적에
부모님과 나들이를 가면
대개 택시를 탔는데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대로변으로 나가야 한다.

아버지 손을 잡고 빠져나갔던
골목 담벼락에는
반공, 방첩이라는
빨간 색 글자가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었다.
나는 궁금증이 일어나
아버지께 여쭙는다.

- 아버지, 반공 방첩이 뭐예요.

조금 망설이던 아버지는
이내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긴 북한의 존재를 모르던
[미취학] 연령이었으니
아주 쉽게 설명하신다 해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엉뚱한 질문을 했던
어린 아들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

그리고 어린 아들의 궁금증을
10프로라도
해소해주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의 마음도 함께..

그 후로도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내 어떤 질문에도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조목조목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지금의 내 가슴에
촉촉하게 저며들어
자식과 손주를 키우는
[자애]로 형성되었다.

최근 아버지와 아들과의
감동 어린 대화가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되고 있다.

나무에 까치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저 것이
무슨 새냐고 묻는다.
아들은,

- 저 새는 까치에요.

조금 뒤 아버지는
조금 전의 질문을 잊고
저것이 무슨 새냐고
같은 질문을 한다.
아들은 다시 대답한다.

- 아까 까치라고 했잖아요.

아버지는 조금 뒤 또 묻는다.
전형적인 초기 치매 증상이다.
아들은 높아진 언성으로
대답한다.

- 지금 몇번째에요?
아까 까치라고 했잖아요.

아버지는 비틀비틀 걸어
집으로 들어가더니
색 바랜 일기장을
하나 가지고 나와
어느 한 곳을 짚고는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한다.

- 오늘 아침에 까치가
나무 위에 앉아있는 것을 본
우리 아들이 저것이
무슨 새냐고 나에게 물어서
나는 까치라고 가르쳐 주었다.
조금 뒤에 아들이 이름을 잊었는지
내게 다시 물어서
나는 다시 까치라고 설명해 주었다.
조금 뒤 아들은 같은 질문을 해서
나는 또 까치라도 알려주었다.
아들은 그날 까치라는
새가 신기했는지
나에게 27번이나 물었고
나는 27번 같은 대답을 해 주었다.
이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눈을 뜨는
우리 아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내 눈에는 천사와 같았다.

[풍수지탄]이라는
성어가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가
지금 나에게 같은 질문을
수천번을 하시면
나 또한 수천번 대답을 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다만 지금은
대답을 할 대상이
안 계신 것이
무척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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