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아름다운 여인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바닷가 휴양지에 몸을 푼다.
파란 바다가 보이는 고급 주택에서
타자기를 두들겨가면서
창작에 몰두하는 주인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소설을 쓰면
얼마나 멋질까 부러웠지만
그 방대한 서사시를 쓸
글재간이 나에게는 없었다.
서양사람들은 혼자 머물러도
집은 하나같이 대저택이다.
넓은 정원과 수영장은 기본이고
2층까지 침실이 있어서
바다가 한눈에 다 보인다.
미국에 있는 동생의 집도
평범한 동네 주택인데도
정원과 수영장, 자쿠지가 있었다.
한국에서 그렇게 살면
초호화주택에 들어간다.
하도 오래 되어서
영화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지만
여주인공이 어떤 이유에서
살인을 하게 되었는데
이걸 늙은 정원사가
목격하게 되었다.
- 60대 초로의 남자
- 왜소한 몸집
- 구부정한 등
- 다소 헐거운 옷차림
- 투박한 손가락과 손바닥
- 인생 실패자의 눈동자
오갈 데 없는 늙은이를
채용해준 여주인은
정원사에게는
절대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원사가 일을 하다가
주인이 나타나면
모자를 벗고 두손을 앞에 모아
다소곳한 태도를 취한 후
주인이 지나가면 다시
모자를 쓰고 일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사의 익숙한 모습이다.
자신의 범죄를 들킨
[아름다운] 여주인은
정원사에게 2층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간
정원사는 입이 벌어진다.
여주인이 전라의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늘같은 존재와
열락의 시간을 가진 정원사는
시신을 유기하면서
주인에게 절대 복종한다.
그 이후 여주인과
추가 관계가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왜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랐을까.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가
시사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불에 뛰어들면
타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나비]처럼 끊임없이
불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이것이 살인도 간단히 덮은
육체의 묘한 마력이다.
하물며 [지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여인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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