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
나는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일을 벌려놓고
소득도 없는 것이 태반이다.
40대 때 불현듯
티비의 메카니즘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영등포 역 앞에 있는
전기전자 학원에 등록했다.
회로도를 따라 기판을 만들면
전자오르갠도 되고
라디오도 되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판에 들어가는 중요 부품으로는
저항, 콘덴서, 트랜지스터가 있는데
학원에서 일괄 구매하여
싸게 살 수 있었다.
당시 아마도 개당 100원도
안되었던 것 같다.
메인보드인 기판이
작동하지 않으면
테스터기로 하나하나 점검해서
불량을 찾아낸 후
납땜으로 녹여 교환해주면
수리가 되는 것도 참 신기했다.
이번에 손주의 전동기가 고장 났을 때
충전을 하고 작동하면
초기에 불이 들어오다가
바로 꺼지는 것을 보고
배터리 노후라고 판단되어
알리에서 구입하여 교체했더니
정상 작동 되었다.
몇몇 친구가
내 기술에 의구심을 품었는데
배터리 교환은 기술도 아니다
분해 조립만 하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지금은 테스터기, 납땜기구
아무 것도 없다.
게다가 부품 한두개씩
파는 곳도 없다.
그래서
배터리 교체로 반응이 없으면
그냥 폐기할 생각이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생업이 바쁘기도 하지만
단지 내에서 폐기되는
청소기, 전동기 등은
90프로가 배터리 수명이
끝난 것이다.
한번은 프린터가 고장나서
삼성전자로 가져갔더니
메인보드 교체해야 한다면서
새로 구입할 것을 권한다.
- 기판에서 불량 부품 첵크해서
그것만 교체하면 안될까요?
그랬더니 다음날
수리가 되었으니 그냥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사실 메인보드 교체는
몇분이면 끝나지만
수많은 다른 부품의
이상유무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찾아내야 하니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한다.
공고 갔으면
인생이 참 재미있었을 텐데
후회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에필로그]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CPU)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호기심에 1개월짜리
과정에 등록했는데
수강생 대부분이
카센타 사장들이다.
너무 어려워서 양해를 구하고
1개월을 더 들었다.
에어콘이 고장나서
그걸 고쳐보겠다고
대시보드를 다 뜯고
중고 CPU로 대체해 보았지만
결국 원인을 못찾고
닫은 적이 있다.
이론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는다.
용산 현대자동차 AS센터 앞에 가면
부품 대리점들이 즐비하다.
CPU 새것을 개봉하면
반품이 안되기 때문에
중고로 테스트해 본 것이다.
사실 폐차장에 가면
구하지 못할 부품이 없다.
회로도든 CPU든
퇴근하고 바로 학원으로 가서
밤 11시에 끝나는 일정이었다.
그 열정으로 파고 들었으면
지금쯤 자율주행을
만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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