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전제품은 동양에서 꽃피었을까

by 몽구

왜 가전제품은 동양에서 꽃피었을까

참 이상한 일이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노벨상을 독점하는 건 여전히 서양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가전제품 시장을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

한때는 일본의 산요,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이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지금은 한국의 삼성과 엘지,
중국의 샤오미 같은 브랜드가
명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의 기초는 서양에서 시작됐는데,
왜 생활의 끝은 동양에서 완성되고 있을까?
그 의문은 꽤 오래 내 안에 남아 있었다.


---

생각해보면,
이유는 문화적 차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서양이 유목 중심의 이동 생활을 해왔다면,
동양은 농경 기반의 정착 생활을 해왔다.
집 안에서 오래 머무르며 생활의 편의를 중시한 삶.
냉장고, 밥솥, 에어컨 같은 기기는
그런 정착형 문화에서 더 빠르게 발전했을 수 있다.

서구는 발명했고,
동양은 그것을 생활에 맞춰 더 정교하게 다듬은 것.
이런 흐름을 두고
“기술은 서양이 만들고,
쓰임은 동양이 완성한다”는 말도 생긴다.


---

예전엔 이런 주제에 대해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서 많은 통찰을 얻곤 했다.
그분의 사유는 문화와 기술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지금 그분이 계셨다면,
이 변화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으셨을까.
그 부재가 유난히 아쉽게 느껴지는 날이다.


---

아직도 오디오나 음향기기 같은 분야는
유럽이 강세다.
그건 아마도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처럼,
음악이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유럽 특유의 문화 때문이 아닐까.

기술도 문화의 그림자라면,
우리가 가전제품을 잘 만드는 이유는
단순한 산업력 이상의 어떤 생활 방식이
그 뿌리에 자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치미 한 그릇의 시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