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인생

밑바닥에도 서열은 있다

by 몽구

[갑질 인생]

낮술이 당긴 어느 날,
오랜만에 단골 횟집을 찾았다.
단골이란 게 참 편하다.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
말없이 챙겨주는 서비스.
그날도 그런 하루일 줄 알았다.

그런데
못 보던 신입 종업원이 보였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타이밍,
4~5개 테이블을 혼자 오가느라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풍경.
기존 직원 하나는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고,
또 하나는
마늘을 천천히 다듬고 있었다.
신입의 바쁨은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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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왜 저럴까?"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바로 [밑바닥 갑질]이었다.

갑질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굴린다.
신입을 일부러 굴려보는
[똥개훈련] 같은 것.

그날,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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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동네 슈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계산대 두 곳 중
신입 하나가 혼자
길게 늘어선 줄을 감당하고 있었다.
반면, 기존 직원은
뒷짐을 진 채
멀리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얼굴.
손짓으로 “여기 좀요” 하자
부랴부랴 와서 결제를 해준다.

“신입이 저렇게 바쁜데
왜 보고만 있어요?”
“잔돈이 없어서요.”
“그럼 카드 손님이라도 받으세요.
그건 뭐 하는 [심보]예요?”

그 직원의 얼굴이 붉어진다.
지가 할 말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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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슈퍼는 주인이 늘 없다.
팀장이 관리를 맡고 있지만
직원들과 친구처럼 지내니
[동료애]라는 이름 아래
관리도 감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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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돈 많은 누군가의
‘클래식한 갑질’엔 분노하면서도,
이런 [하류의 서열놀이]는
흔하디흔한 일로 넘긴다.
하지만 그 안의 구조는 똑같다.
누군가의 힘없음을
누군가가 즐긴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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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은 조선시대부터
우리에겐 DNA처럼
내려온 [병폐]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시어미 갑질]은
최고의 내공을 자랑한다.
아직도, 여전히,
가장 끈질기게 남아 있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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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도 서열이 있다.
하지만 우린, 거기서부터 바꿔야 한다.
권위는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아래에서도
사람을 사람답지 않게 만드는 힘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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