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양보
[수납의 달인]
나는 자칭 수납의 달인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흐트러지고 어지러운 꼴을
절대 못 본다.
가족들이 신발을 내팽겨쳐도
현관의 신발은 항상
내 담당으로 질서정연하다.
모든 사물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한 장소에 몰아서
정리하고는 집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면
집사람도 흐믓해 한다.
문제는 막상,
내가 필요한 것을 찾을 때
헛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내가 필요한 옷을 말하면
빽빽한 옷장에서
3초만에 뽑아다 준다.
[여인]의 놀라운 능력이다.
우리집에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는데
구분되어 있는 칸이 [12개]나 된다.
당연히 내가 필요한 식재료는
집사람에게 말해야 찾을 수 있다.
간혹 현실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당면한 문제만으로
대화를 하면서 해결하고 싶지만
집사람은 과거의 문제까지
[몽땅] 소급하여
인해전술로 나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과거의 일을
마치 [수납]된 물건에서
끄집어내듯이
자신의 기억 저장창고 속에서
딱 필요한 것만
뽑아내는데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부부싸움은
영원히 [여인]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승산이 없는 싸움을 애당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자는 나이가 들면
[말수]가 줄어든다.
[반항]해봐야
아무런 실익도 없으니
[자포자기]로 가는 길이다.
혹, 여자는 남성화되고
남자는 여성화로
되어가는 과정이
호르몬의 영향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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