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죽과 참다랑어

by 몽구

[전복죽과 참다랑어]

결혼 20주년을 맞아
집사람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는 렌트카보다 택시 관광이 일반적이었고,
우리도 하루 종일 택시를 대절해 섬을 누볐다.

기사님은 제주 맛집에 정통했고,
전복죽 잘하는 집으로 안내해달라 부탁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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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쪽으로 차를 몰더니
허름한 식당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전복 내장을 풀어낸 초록빛 전복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었다.

식당을 나서며 기사에게 말했다.

“맛은 좋은데… 양이 너무 적네요.”

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 무한리필이에요.”

...
아, 이런.
말 좀 미리 해주지.

그는 조용히 혼자 배터지게 먹었고,
우리는 눈치 없이 한 그릇만 먹고 나왔다.
그날 이후로 **"리필 여부는 꼭 먼저 확인하자"**는
우리 가족의 여행 철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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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와 참치를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참다랑어였다.
해동 상태도 훌륭했고,
살결도 곱고, 입에서 스르르 녹았다.

단 하나, 문제는 양이었다.
너무 적어서 야금야금 아껴 먹고 있는데
식당 팀장이 다가와 묻는다.

“더 드릴까요?”

나는 얼떨결에 되물었다.
“리필도 돼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예, 얼마든지요.”

젠장…
그걸 왜 지금 말하냐고.
어디에도 안내문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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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무한리필보다 더 중요한 건
‘미리 말해주는 것’ 아닐까.

이건 전복죽도, 참치도,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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