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락한 봉분

by 몽구

[퇴락한 봉분]

김포에 살 때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고
그 산 중턱 햇볕을 흠뻑 받는 비탈에는
크고 작은 봉분이 15여 기 정도 있었다.

봉분들은
층층시하로 서열화 되어 있었으며
까만색 비석이 정연하였고
잔디는 갓 깎은 머리처럼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왕릉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재력가의 집안이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내 동생들이 미국, 호주로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내가 산소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산소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구정, 한식, 추석 때마다
나 혼자 할 수가 없으니
봉분 벌초 관리를 업체한테 맡겼다.

흉물스럽게 벗겨진 부분에
잔디 씨를 뿌리면
새들이 쏘아먹어서
잔디를 새로 깔기도 했는데
그것을 사초작업이라고 하던가
비용이 수백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김포 재력가의 가족묘가
이상해지지 시작하였다.

단정했던 잔디가 거칠어지면서
벌초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급기야는 퇴락하는 기운이
멀리 주행하면서 바라보는 내 눈에도
확연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재력가로 성공하면
집안 대소사 비용은 그 사람이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가세를 유지하게 되지만
재력가의 사업이 부진하여 망할 경우
그 후유증은 이렇게 가족묘에서
바로 표출되게 마련이다.

남은 가족이 십시일반으로 거두어서
유지할 수도 있지만
빡빡하게 사는 일정에서
자기 몫을 출연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당초부터 좀 검소하게 꾸몄으면
조금은 퇴락해도
표가 나지 않을 텐데
너무 지나친 [과시]와 [사치]가
문제라는 것을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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