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창과 방패: 내용증명과 공증>(2)
제2회: "빌려준 돈, 말로만 받으러 다니지 마세요" – 기록이 권리를 만든다
브런치 독자 여러분, <생활법률, 창과 방패> 법무사 박성기입니다.
지난 회에 법적 다툼에서 자신을 지키는 '내용증명'과 '공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대여금' 문제를 통하여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의 유혹
10년 지기 고향 친구 '나믿음' 씨에게 어느 날 친구 '조금만' 씨(조사장)가 찾아왔습니다. 둘은 거친 서울살이에서 서로 의지하며 산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조사장은 사업 자금이 급하니 "친구야, 딱 1,000만 원만 빌려달라"라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나사장은 본래 친구 사이 돈거래가 찜찜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라고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조사장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너 이번에 물품대금으로 받은 거 있잖아? 그것만 조금만 쓰자."
결국 나사장은 그 '조금만'이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 돈을 보냈습니다. 아까 거절했던 것이 미안해 "힘내라"는 격려의 말까지 덧붙였지요. 계좌로 송금했으니 근거는 남았겠지 싶어 차용증을 쓰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법적 절차를 생략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금'의 시간이 1년이 지나자 조사장의 태도가 180도 변했습니다. 연락을 피하더니, "그건 빌린 게 아니잖아. 나는 자네가 투자한 걸로 아는데"며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나사장은 배신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기록하지 않은 권리는 안개와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분이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무작정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법은 마음을 보지 않고 '기록'을 봅니다. 기록이 없는 권리는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안개와 같습니다.
나는 나사장에게 단계별 처방을 내렸습니다.
1. 즉시 '내용증명'을 보내세요.
이미 사이가 틀어졌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묻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내가 너에게 언제, 얼마를, 어떤 용도로 빌려주었으며, 언제까지 갚으라고 요구했다"라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작업입니다. 상대방이 "투자금이었다"라고 우기는 거짓 논리를 차단하는 '박제된 진실'이 됩니다.
2. 압박을 느낀 상대가 연락 오면 반드시 '공정증서'를 작성하세요.
내용증명을 받으면 조사장 같은 채무자는 심리적 압박을 느낍니다. 십중팔구는 다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라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이때는 절대 말로만 합의해선 안 됩니다. 반드시 함께 공증인 사무소로 가서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포함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써야 합니다. 이것이 있으면 나중에 상대가 또 속이더라도 재판 없이 바로 통장을 압류하거나 재산을 경매에 넘길 수 있는 '진짜 무기'가 됩니다.
3. 내용증명만 받고 반응이 없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하세요.
이번에 보면 내용증명이 지급명령을 신청할 때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까 내용증명을 보낼 때 지급명령신청이나 민사소송을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여야 합니다.
성실함은 내 권리를 지키는 태도입니다
저는 가끔 제 인생의 첫 개근상을 떠올립니다. 가리방(철필)으로 정성껏 긁어 습자지에 등사한 그 상장은 제 삶을 지탱해 온 성실함의 상징이었습니다.
법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문서를 남기고 절차를 밟는 행위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삶과 재산을 대하는 '성실한 책임감'입니다. 기록하는 습관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굳건한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법무사 박성기의 실전 팁]
상대방이 끝까지 공증 사무소 가기를 거부하나요? 그렇다면 내용증명에 '언제까지 답변이 없으면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문구라도 남기세요. 그 기록 자체가 훗날 지급명령신청이나 민사소송에서 당신의 가장 강력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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