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작은 선택: 나의 궤적 남기기

by 박성기


나를 바꾼 작은 선택: 나의 궤적 남기기



내 삶에는 두 명의 사임당이 있었다. 나를 키운 어머니 김사임당과, 우리 아이들을 키운 아내 유사임당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내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막연한 생각은 있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인가?' 수백 명의 독자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효율을 중시하며 살아온 내게 가성비가 맞지 않는 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다.



하지만 정원희 선생님의 글쓰기 모임에서 쓴 300여 편의 단상 속에 내 인생의 기록이 있음을 발견하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전쟁의 역사는 승자만의 기록일지 모르나, 우리네 인생사는 결코 거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거인들의 기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1719년의 기사계첩'이나 ' 2025년의 세상은 문밖에 있다'는 역사를 형성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소시민의 기록에는 또 다른 힘이 있다. 그것은 "나도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며, "나는 이 길을 우회했다"는 생생한 지혜다. 비슷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정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평생 나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내가 부양해야 할 '책임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마주한 진실은 정반대였다. 그들은 나의 울타리였고, 나의 성취를 위해 묵묵히 견뎌준 숭고한 희생이었다.



어머니 김사임당 여사께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식의 품성을 먼저 살피셨다. 그 가르침 덕분에 나는 '개근'이라는 성실함을 평생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내는 삼남매의 '사임당'이 되어 주었다. 내가 밖에서 세상을 누비는 동안, 아내는 가족이라는 성을 지키며 아이들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했다.


나는 내가 가족을 부양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이 두 사임당이 만든 울타리가 없었다면 나의 의지도, 나의 성취도 갈 곳을 잃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나의 '다섯 명의 독자'를 위해 ‘The Buck Atops Here(가제)’를 쓴다. 내가 살아온 길을 정직하게 기록함으로써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또한, 어떤 고난도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음을 증명함으로써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다. 이 기록은 나를 만든 어머니의 손길과, 가족들의 헌신에 보내는 뒤늦은 감사 인사다.



1719년 숙종대, 기로소 기사계첨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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