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러 번의 21일 챌린지를 거쳐왔습니다. 누군가는 21일이면 습관이 몸에 밴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정독 노트를 만들겠다던 다짐은 까마득해졌습니다. 선생님의 추천도서라도 매달 읽겠다던 계획은 밀려드는 일상에 치여 더디기만 합니다. 출장길 기차 안에서 읽는 <The Let Them Theory>를 펼쳤습니다. 이제 겨우 제1장을 읽었습니다. 명문로스쿨 변호사의 좌절과 성공이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동대구역 알라딘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집어듭니다. 어쩌면 둘 다 끝내 다 읽히지 못한 채 서가에 꽂혀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이 21일간의 울타리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전자책으로 묶이지 못한 채 흩어진 글들이 수두룩한데도 왜 다시 챌린지를 기다리는가 묻습니다. “그냥, 챌린지 글쓰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난 두 달 동안 무려 134편의 글을 올리고 5편의 연재 작품을 이어왔습니다. 스스로 ‘다산의 여왕’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쉼 없이 쏟아냈습니다. 때로는 내용이 빈약해 보이고 다시 읽어보면 지우고 싶은 문장도 많지만, 그냥 둡니다. 그 서툰 흔적들조차 제가 통과해온 시간의 조각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쓰기는 출판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에 파묻혀 사는 제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행복의 수단입니다. 사방이 일감으로 가득 찬 곳에서 글을 쓰기 위해 사유를 정리합니다. 그 생각의 끝에 있는 문장을 고르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자유로운 존재가 됩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이 행복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성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영원히 초고로 남아도 좋을 기록들이 쌓여갈 때, 저는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숨을 쉽니다.
자신과 했던 수많은 약속을 다 지키지 못했을지라도,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는 의미를 갖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시간이 부족해도, 나는 여전히 나만의 속도로 쓰고 있다는 그 감각이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이제 2월 8일, 새로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번 21일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그저 삶을 여행하듯, 길가에 핀 꽃 하나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제 안의 목소리를 기록해 보려 합니다.
글쓰기라는 자유의 바다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여행 끝에 제가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그 울타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