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풍경: 클락에서 만난 진면목(眞面目)

by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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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풍경: 클락에서 만난 진면목(眞面目)



그동안 나의 해외여행은 언제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였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비즈니스의 연속이었다. 여러 번의 필리핀행도 FBI Academy 동문인 필리핀 경찰국장 등 고위 간부들과의 교류였다. 국가적 회의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떠날 때조차 나는 ‘보호자’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지 못한 채 여정을 ‘관리’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6일간의 필리핀 클락 여행’은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다. 동갑내기 박점현 부총재의 세심한 프로그램 설계 덕분이었다. 전현직 지도위원, 부총재, 지대위원장, 회장 등이 즐비한 개포클럽 임원들의 동행 덕분이었다. 나는 비로소 일상의 중압감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관찰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내면을 깊숙이 응시할 수 있었다.



이번 여정에서 나를 가장 먼저 흔든 것은 함께한 12명의 동료였다. 10년, 20년을 ‘사자(Lion)’의 이름으로 살아온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거목이었다. ‘봉사’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서는 거대한 숲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봉사의 새로운 차원을 보았다. 그들에게 나눔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었다.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깎아낸 ‘희생’이었다. 그들이 그 희생을 오히려 ‘자신의 성장’으로 치환하며 수용하여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동료에게 이로움을 먼저 건네는 배려와 기부가 일상이 된 그들이었다. 나만의 봉사 영역이 있다며 안주했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 헌신적인 열정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또한 이번 여행은 내가 알던 필리핀의 이면을 새롭게 비추었다. 내가 만났던 필리핀은 화려한 제복과 권력을 가진 상층부의 얼굴이었다. 이번에 마주한 것은 골프장의 남녀캐디, 뙤약볕 아래의 엄브렐라 걸, 수빅의 요트 요원, 그리고 펍의 선율을 채우던 가수들이었다. 모두 프로페셔널하였다.



나는 그들의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전기가 부족해 어둠이 짙고 경제적 여건이 고단한 나라. 그 결핍의 틈새를 메우는 것은 눈부신 미소와 낙천적인 에너지였다. 내가 평생 삶의 철학으로 삼아온 “환경이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명제를, 그들은 척박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으로 매 순간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나에겐 지금 여행 중에 만난 골프장의 장관, 태평양의 여유로움, 대자연의 위대함이 남아있다. 그러나 내 기억의 가장 깊은 곳을 채운 것은 동료들의 헌신적인 뒷모습이었다. 현지인들이 건넨 투명한 눈맞춤이었다. 강행군 속에서도 단 한 명의 열외 없이 매일 밤 이어졌던 뜨거운 워크숍의 결속력은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나의 회고록 「THE BUCK STOPS HERE」에 기록될 이번 여행의 결론은 자명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도,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특별한 여정을 선물해 준 박점현, 이정학, 이완용, 최승준, 유경상, 성기순, 홍성일, 박경자, 윤미라, 김병모, 박재정. 이들 ‘1+10’의 라이언에게 마음 깊은 곳의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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