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1초의 결단과 렛뎀(Let them)의 지혜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어느 날 세계적인 작가 멜 로빈스의 『렛뎀 이론(The Let Them Theory)』을 읽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단다. 그녀가 말하는 인생의 비결이 내가 평생 매일 아침 행해온 '1초의 결단'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우리는 타인의 글 속에서 내가 한때 버렸던 나의 생각을 발견한다"라고 말했다지.
나는 NASA의 카운트다운을 외치지도, 5초를 세며 망설임을 달래지도 않았다. 눈을 뜨는 찰나의 1초,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이미 나 자신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그 '1초의 습관'이 모여 '평생의 루틴'이 되었고, 그 루틴이 나를 꺾이지 않게 지탱해 준 것이란다. 얘들아, 너희도 타인의 법칙을 수용하되 결코 주눅 들지 마라. 너희 안에도 이미 세상을 이길 위대한 자아가 숨어 있단다.
아버지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났던 건 세상이 살기 좋아서만은 아니었단다. 세상은 늘 시끄러웠고, 그 속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지. 하지만 아버지는 나 자신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변한다고 해서 남들이 알아서 변해주지는 않더구나. 내가 나 자신을 이길 때(Internal Victory), 비로소 나는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너희는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에, 겉으로 드러난 성실함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은폐'와 '숨김'의 조각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평온함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나의 작은 이야기들, 너희에게 보이지 않았던 내면의 사투들을 솔직하게 꺼내 놓으려 한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의 진실을 마주할 때, 너희가 비슷한 파도를 만난다면 훨씬 더 슬기롭게 극복하거나 미리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얻으리라 믿는다.
너희를 독자로 한 이 책은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다.
멜 로빈스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묻더구나. 아버지는 그 답을 부산 사상공단 학장교도소 앞의 차가운 길바닥에서 찾았다. 나를 짓누르는 폭력과 부당함 앞에서 내가 정말로 두려워했던 것은 육신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의 의지까지 꺾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서도 '1초의 결단'을 내렸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그녀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인생을 낭비했다고 한다. 아버지도 그런 과정을 겪었지만 이내 극복해냈단다. 나를 린치하던 이들의 폭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 앞에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나의 품위를 지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영역이었지. 아버지는 그곳에서도 타인에게 나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두라(Let them)." 그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내 에너지를 오직 나를 지키는 데 쓰겠다는 작은 전략적 선택이었다.
기회가 되면, 우리가 살던 뉴잉글랜드 다트머스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뉴욕을 주름잡던 변호사 멜 로빈스의 추락과 비상의 과정을 찾아 읽어보렴.
그리하여 이 아버지가 채워주지 못한 더 넓은 세상의 지혜까지 너희의 것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2026년 가을, 너희들의 삶을 굳건히 지탱해 줄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