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순간: 2006년 가을 새벽, 필사의 질주
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순간이 있었다. 200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전환점이었다. 4월의 마지막 날 검찰청사의 문을 나섰고, 그 다음 날 김앤장의 문을 열었다.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기쁨도 잠시, 5월의 햇살 아래 나는 보름동안에 아내와 어머니를 나란히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아내는 다행히 수술 후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생의 불꽃이 가물거리는 입퇴원을 반복하셨다. 그해 추석 무렵, 주치의는 예고된 이별을 통보했다. 연명 치료는 그저 며칠의 시간을 억지로 늘려놓은 가느다란 끈일 뿐이었다. 이미 수없이 이별을 연습했고, 이제 더 이상의 대화도, 서로 마주 보는 눈맞춤도 불가능했다. 그저 따스한 체온을 통해 '살아계심'을 확인하는 것만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위안이었다.
운명의 그날 새벽, 병실을 지키다 산적한 업무를 처리하려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벨 소리가 적막을 깼다. 평소와는 다른, 비수처럼 날카로운 소리였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동생의 전갈. 이미 위독하신데 위독하시다면 나는 어떤 상황인지 직감했다.
그 순간, 내가 평생 짊어지고 왔던 사회적 위신은 한 줌의 먼지처럼 흩어졌다. 문을 박차고 나선 복도는 아득히 멀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은 영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주차장을 향해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나는 생전 처음으로 신에게 매달렸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어머니의 임종이라도 보게 해 주소서'
병원으로 향하는 강변도로를 질주했다. "환경이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믿으며 살아온 나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영면이라는 거대한 환경 앞에서는 나의 의지가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은 곧 나의 뿌리를 상실하는 일이었다. 나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질주 속에서 비명을 내뱉었다.
아직은 안 된다고, 아직은 이 손을 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