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청룡 산악회의 2026년 첫 발걸음이 불암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해병의 산행'이라 하면 붉은 명찰과 산천을 울리는 우렁찬 군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해병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산을 사랑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해병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반가운 재회, 배려로 걷는 '그린 산행'
신년 첫 산행답게 입구부터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했습니다. 해병으로서 느끼는 전우애는 늘 각별합니다. 특히 아들의 후배 기수인 석찬수 세무사를 만난 기쁨은 든든했습니다. 대를 이어 흐르는 '천자봉'의 자부심이 불암산 자락에 가득 울려 퍼지는 듯했습니다.
산악회 회장이신 석경호 선배님, 고문이신 강남포럼의 이상춘 선배님, 해병 시니어 머린의 허병호 선배님 등과 나누는 덕담 속에서 '해병혼'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건웅토건의 김경원 부사장님, 유기숙 이사님을 비롯한 많은 임직원이 함께해 주어 산행의 기쁨은 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성 명예해병의 등장은 '노병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힘'을 주었습니다.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며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합니다.
각(角)이 살아있는 해병, 볼 것 많은 산악회
오늘 산행의 시선을 강탈한 것은 단연 해병의 상징들이었습니다. 헌병이나 교관, 위병소 해병들의 전유물인 '흰색 철모'. 그 서슬 퍼런 각이 살아있는 철모를 착용한 두 명의 명예해병은 아름다운 위용을 뽐냈습니다.
여기에 시니어 머린의 군복을 절도 있게 갖춰 입고 등장한 김찬주 후배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우리 산악회가 얼마나 전통과 예우를 중시하는 '볼 것 많은 조직'인지를 다시금 증명해 주었습니다.
데크 위의 기적: 오감을 깨우는 '산상 음악회'와 성찬
산행 도중 발길을 멈춘 데크 쉼터는 순식간에 화음의 공연장이자, 풍요로운 잔칫상으로 변모했습니다. 아직 겨울빛 나목들이 있는 능선 위에서 이런 고품격 예술과 성찬을 동시에 마주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데크 한편에선 제주에서 공수해 온 싱싱한 대방어회가 오르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전우들의 잔을 채우며 미각을 깨웠습니다.
그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국악인 양슬기의 구성진 가락이 얹어집니다. 신년 대박을 기원하는 그 장엄한 울림은 불암산의 단단한 바위 틈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마치 잠든 봄의 정령을 깨우는 영혼의 전령사와 같았습니다.
이어지는 가수 안선유의 무대는 사랑을 가득 담은 온기였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트로트를 절묘하게 엮어낼 때, 우리 모두의 마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단숨에 사로잡혔습니다.
데크 너머 불암산에 피어날 봄꽃처럼, 그들의 목소리는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우리 영혼을 어루만지는 지상의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대방어의 고소함과 귓가를 울리는 고결한 선율이 어우러진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을 목격했습니다.
봄빛을 마시다: 우헐장제초록다(雨歇長堤草錄多)
'우헐장제초록다(雨歇長堤草錄多)'라 했지요. 비 갠 뒤 언덕에 풀빛이 짙어지듯, 2월의 영상 기온을 타고 저 멀리서 아스라이 봄빛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초록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그리웠던 멤버들과 나누는 따스한 대화... 그것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하고도 고결한 행복이었습니다.
감사함으로 채운 귀갓길: 다시 비봉을 꿈꾸며
집행부의 정성 어린 선물에 감사함을 안고 돌아오는 길, 마음속엔 풍성한 대화의 잔상이 남았습니다. 다른 일정과 내일의 부산 공연을 위해 길을 떠나는 예술가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만난 후배들과의 인연을 되새겨 봅니다.
김찬주 후배와 함께 나눈 FBI KOREA 사단법인의 미래는 불암산의 정기만큼이나 장대했고, 회원들과 함께 비봉 등산을 의논하며 나누었던 설렘은 벌써 다음 산행을 기다리게 합니다.
오늘 불암산이 내어준 초록색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하려 합니다. 필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