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란 단순히 시계를 보며 일정을 나누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결정하는 ‘선택의 기술’이자,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의 발현’이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고수들의 시간관리는 일반론과는 그 결이 다르다. 시장 상인의 시간관리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쌓아 올린 ‘신뢰의 축적’이라면, 기업 경영자의 시간관리는 시스템을 통해 1시간을 100시간으로 만드는 ‘자원의 증폭’이다. 그렇다면 40년 경력의 법무사·행정사인 나의 시간관리는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이를 ‘달인의 시간’이라 부르고 싶다.
달인에게 시간은 더 이상 물리적 제약이 아니다. 경험은 시간을 압축한다. 오늘 외국인 의사의 비자신청서류를 준비하며 20여 년 전 미국 유학비자를 신청하던 공무원 시절의 나를 만났다. 서류 한 장에 가슴 졸이던 그 시절의 경험은, 이제 의뢰인의 시행착오를 ‘제로’로 만드는 정교한 디테일로 승화되었다.
30여 종류의 자격증빙용 첨부물에 내가 직접 한 번역문까지 합해지니, 고용추천서 신청을 위한 서류로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고 압도적인 양이다. 남들에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단 몇 시간의 집중으로 끝내는 힘. 그것은 과거의 막막함을 의뢰인은 겪지 않게 하겠다는 ‘공감의 발현’이자 전문가의 마법이다.
이러한 시간의 압축은 8개월 전 글쓰기를 시작하며 더욱 정교해졌다. 처음 펜을 들 때만 해도 "더 이상 짜낼 시간이 없다"고 단언했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내 삶은 오히려 더 윤택해졌다. 비결은 ‘시간의 이삭줍기’와 ‘탈곡’에 있었다.
하루 중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자투리 시간을 이삭 줍듯 거두어들이고, 관성적으로 소모되던 불필요한 일들을 탈곡기로 걸러내듯 제거했다. 그렇게 정제된 시간들을 나는 ‘시간의 디렉토리’에 체계적으로 저장했다. 자정 너머의 정적은 ‘집필’의 폴더로, 낮의 치열한 현장은 ‘전문성’의 폴더로 분류되자, 낱알 같던 시간들이 비로소 묵직한 수확물이 되었다.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가치로 치환하는 나의 시간관리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이삭을 줍고, 탈곡하여, 디렉토리에 담는 이 일련의 과정이 나를 시간의 노예가 아닌 주권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전, 나는 이제 시간을 소비하거나 단순히 축적하는 자가 아니다. 나는 시간을 지배하고 창조하는 자다. 오늘 보건복지부에 보낸 E-7 비자용 고용추천 신청서에는 S*uk***tar M**nkh**라는 외국인 의사의 새로운 꿈이 담겨 있었다. 행정사법과 출입국관리법의 좁은 틈새를 정교한 디테일로 메우며, 나는 그녀의 한국 생활이라는 새로운 디렉토리의 설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