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 곡선
더닝 크루거효과의 경험: 무지에서 겸손으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과대평가하는 인지 편향(뛰어난 능력자가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나는 최근 어떤 글쓰기 모임에서 이 효과를 경험하며, 무지에서 겸손으로변화하였다.
'글쓰기 3주 챌린지’를 두 번 연속으로 마치게 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던 나를 되돌아봤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평생 논리적인 글을 써왔으니, ‘나는 글을 좀 쓰는 편이니까 3주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첫 번째 챌린지 동안 내 글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나에게 작가의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의 급상승, 즉 우매함의 봉우리(Peak of Mount Stupid)에 올라선 더닝 크루거 효과가 나타났다.
첫 번째 챌린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정점
첫 번째 챌린지는 자신의 휴대폰 갤러리 안에 있는 사진이 글감이었다. 확실한 소재가 있어 글쓰기가 어렵지 않았다. 글을 써서 블로그에 발행한 반응도 아주 좋았다. 챌린지 후 21편의 글을 엮어 전자책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깨달음이 찾아왔다.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퇴고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내 글의 허점이 보였다.
‘사진 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받았다’와 같은 류의 주관적인 문장들이 많았다. 나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평가하거나 느끼게 하려하지 않고, 나의 주관을 먼저 강조하였다. 독자의 입장에서 일종의 강요로 보일 수도 있다. 독자가 궁금한 것은 내가 본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다. 어떤 풍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이지, 밑도 끝도 없는 사진 속 풍경이 아름답다거나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조악한 문장들이 나의 눈에 들어와 퇴고가 어려웠다. 그런 원문의 한계는 퇴고의 한계로 이어졌다. 나는 퇴고를 거듭하며 글을 다듬으려 애썼지만, 첫 문장의 엉성함은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쓴 글에 자신감을 가졌던 지난 시간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내려와 절망의 계곡(Valley of Despair)에 진입한 것이다.
두 번째 챌린지: 무지와 자신감의 반복
연이어 시작된 두 번째 챌린지에서는 나의 내면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야 했다. 매일 밤 자정에 주어지는 과제를 24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일상의 금맥 찾기’, ‘나만의 자산 불리기’, ‘미래에 투자하기’ 같은 주제들은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내용들이었다. 어려운 주제에 부딪히면서 브레인스토밍할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고 문장이 엉키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다시 한번 깨달으며 첫 번째 챌린지 때의 자신감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비로소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내려와 절망의 계곡에 깊숙이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코치의 의도대로 글을 작성하며 내 글이 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고, 절망의 계곡에 대한 방어 기제로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쓸 때는, 마치 이미 유명한 작가가 된 것처럼 나를 과장하기도 했다. ‘나는 통섭형 글쓰기 작가’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심지어 블로그에 강세황과 같은 대단한 문인화가를 롤모델로 설정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마치 이것이 나에게 내재되어 있던 능력이 드러난 양 착각하며, 단기적인 자만에 다시 한번 빠져들었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넘어선 성장
‘좌절과’ ‘자만’을 오가며 두 번의 챌린지를 완수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글쓰기 실력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무지에서 오는 자신감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지만, 노력과 경험을 통해 얻은 겸손함이 진짜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겪고 나서야 ‘더닝 크루거 효과’를 실증적으로 알게 되었다. 6주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글을 꾸준히 쓰고, 객관적인 퇴고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면서, 나는 깨달음의 비탈(Slope of Enlightenment)을 오르며 그 효과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나는 글을 잘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말은 타고난 재능에 대한 자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나의 끈기와 믿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말이 훨씬 더 큰 진짜 자신감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는 통섭형 글쓰기 작가’라는 슬로건을 거두고 ‘나는 통섭형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바꾸었다. 나는 지속가능한 고원(Plateau of Sustainability)의 평탄한 길을 끝없이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