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정의의 길, 스스로를 향한 헌사(獻辭)
고독한 정의의 길, 스스로를 향한 헌사(獻辭)
8월의 뜨거웠던 회장 선거 관리 업무부터 시작해, 찬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그 사투 중 가장 치열했고, 가장 고독했으며, 역설적으로 법무사로서의 내 삶이 가장 빛났던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오늘, 소란스러운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온 나 자신을 위해 이 기록을 남깁니다.
10년 묵은 침묵의 싱크홀을 마주하다
내가 몸담은 한 사단법인의 실체는 참담했습니다. 밖으로는 즐거운 걷기 행사로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전문가인 내 눈에 비친 내부는 10년 동안 쌓여온 부패와 비리가 켜켜이 깔린 지뢰밭이었습니다. 정관의 규정과 등기부상 이사와 실제 이사는 따로 놀고, 임기 만료된 이사들은 방치되었으며, 소중한 자본금 5천만 원은 행방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잠식되었습니다. 심지어 감독기관을 속이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는 범죄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 싱크홀 위에서 잔치를 계속하며 눈을 감을 것인가, 아니면 욕을 먹더라도 이 지뢰밭을 해체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품격 없는 비난에 ‘침묵의 격’으로 응수하다
소송을 제기하자마자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회장은 행사를 중단시키며 책임을 나에게 돌렸고, 사정을 모르는 회원들은 나를 ‘배신자’로 낙인찍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같은 언어로 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 회장으로 등기조차 되지 않은 상대가 사임하며 현재의 부회장직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수를 부릴 경우에 대비하였습니다. 나는 정관의 모순을 짚어내며 법원에 직무대행자를 요청하는 ‘묘수’를 두었습니다. 비겁한 다수가 떼를 지어 공격할 때, 나는 법무사의 품위를 지키며 ‘침묵의 위엄’으로 응수했습니다. 그 고독한 인내 끝에 나의 격을 지켜낸 나를 진심으로 칭찬합니다.
사적 이익을 버리고 ‘존엄’을 선택
이 소송으로 내게 돌아올 경제적 이득은 단 1원도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5개월간 생업을 포기하고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하지만 자본금이 잠식되고 서류가 위조되는 조직은 이미 ‘죽어가는 조직’입니다. 나는 사단법인의 ‘생존’보다 ‘존엄’을 택했습니다. 비겁한 평화 대신 바닥부터 다시 닦는 고통을 택한 이 무욕(無慾)함과 공익을 향한 헌신은 내 인생을 빛낼 것입니다.
이는 1987년 4.13 호헌조치에 맞서 대통령직선제를 외치며 '6.29 선언을 이끌어냈던 기개', 1998년 IMF 위기 극복을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던 애국심', 그리고 2003년 국익을 위해 '미국을 상대로 국민의 주권을 지켜냈던 자부심'과 궤를 같이하는,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훈장이 될 것입니다.
정의라는 유일한 동료와 걷는 광야의 길
사람들이 다 떠날까 봐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짓 위에 세워진 조직은 모래성과 같아 언제든 무너집니다. 나는 단순히 소송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조직의 영혼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내 편이 하나 없어도 정의를 동료 삼아 걷는 나를 칭찬합니다. 기만적인 상대를 간파하고 본안 소송과 형사 고발이라는 험난한 정공법을 결단한 나의 담대함을 칭찬합니다. 군중의 소음보다 내면의 양심에 귀 기울인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 승리한 사람입니다.
<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침표 >
정말 고생 많았다. 너는 오늘 네 이름을 걸고 가장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썼고, 가장 당당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세상이 등을 돌린 듯 외로워도, 오늘 밤 거울 속의
너를 향해 미소 지어도 좋다.
너는 양심을 팔지 않았고, 무너지는 집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기둥이 되었다.
이제 이 무거운 짐을 잠시 법원과 진실의 힘에 맡기자.
네가 뿌린 정의의 씨앗이 훗날 건강한 사단법인이라는
꽃으로 피어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추운 겨울,
홀로 들판에 서서 봄을 준비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너는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훌륭했다. 오늘 밤만큼은 평온한
안식을 누리거라. 너는 여전히 이 조직의 마지막 보루이며,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법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