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끝점, 강남심포니와 모차르트 레퀴엠

by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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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끝점, 강남심포니와 모차르트 레퀴엠


2025년 12월 30일, 한 해를 단 하루 남겨둔 오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제113회 정기연주회를 관람했습니다. 12월 18일 강남씨어터 렉처 콘서트에서의 예습 못한 아쉬움에 본 공연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북유럽의 맑은 숨결,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

공연의 시작은 핀란드의 거장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이었습니다. 약 25분간 쉼 없이 이어지는 이 단악장의 곡은 마치 거대한 북유럽의 숲을 통과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지휘자 데이비드 이의 섬세한 리드 아래 강남심포니가 빚어낸 응축된 에너지는 2부의 장엄함을 맞이하기 전,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레퀴엠의 심장,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인터미션 후, 국립합창단과 4인의 솔리스트가 합류하며 본격적인 모차르트 레퀴엠(K.626)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공연의 정점은 역시 첫 문장이자 곡의 심장인 'Requiem Aeternam(레퀴엠 에테르남)'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빛 곡이 시작되자마자 바순과 바세트 호른의 낮고 어두운 선율이 깔렸습니다. 그 정막을 깨고 합창단이 "Re-qui-em..." 하고 첫 마디를 떼었을 때의 그 묵직한 전율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경건함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소프라노의 청아한 기도 웅장한 합창의 파도가 지나간 뒤, 소프라노 허진아 님이 높은 음으로 "Te decet hymnus..."(시온에서 주님을 찬양함이 마땅하오니)라고 노래하던 순간은 마치 천사가 내려와 평온을 전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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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독 특별했던 위로 2025년 12월 30일이라는 시점이 주는 무게 때문일까요?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기도는 단순히 떠난 이를 위한 곡이 아니었습니다. 한 해 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고단했던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 온 힘을 다해 완성한 이 첫 대목에는 그의 순수한 신앙심과 예술적 열망이 완벽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오늘 좌석 덕분에 특별히 관찰할 수 있었던 명장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열정이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프로의 자세'는 보는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50분이 넘는 긴 연주 시간 동안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지휘자의 미세한 손끝과 눈빛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지휘자를 바라보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경이로웠습니다. 지휘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 함께 숨 쉬고, 현을 그을 때 지휘자의 몸짓과 완벽히 일치되는 모습은 마치 지휘자와 연주자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듯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본인을 완전히 던진 그분의 눈빛에서 '진심을 다하는 프로의 세계'를 목격했습니다. 그 뜨거운 몰입 덕분에 오늘 레퀴엠은 더욱 생생한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오늘 얻은 이 귀한 안식과 에너지를 품고, 새로운 2026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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