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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Oct 07. 2021

귀차니스트 엄마가 엄마표 영어 하는 이야기

엄마표 영어를 하기 전에 엄마의 스타일부터 찾자


"집에서 그냥 엄마표 영어 하고 있어요."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많이 사귀는 편은 아니지만 등하원 길에 가끔 아이의 영어학습을 어떻게 시키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단어, 엄마표 영어. 그렇다, 난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내가 좋아하는 새벽달님의 글을 인용해 보자면, 

'짧게 말하면 엄마표 영어는 영어 육아이다. 영어로 진행하는 책 육아. 내가 경험하고 지향하는 엄마표 영어는 학원표 영어의 반대말도 아니요, 학원보다 더 빡센 커리큘럼에 24시간 도망갈 수 없는 엄마표학원도 아니다. 영어 그림책, 즉 영어원서와 영어 영상물을 통해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물 주고 키우는 영어 육아를 말한다'


이렇게 한결같은 내 대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한결같다.물론 어쩌다 한 번씩 엄마표 영어를 지향하는 동지들을 만나면 정말 반가운 일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엄마표 영어를 어렵고 힘든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엄마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영어를 잘하는 엄마가 엄마표 영어에 접근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서도 훌륭하게 엄마표 영어를 해내신 분들을 여럿 보았다. 엄마표 영어는 그냥, 아이의 영어학습을 위해 엄마가 고를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다.


우리는 아이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다양한 것들을 고려한다. 한 달에 어느 만큼을 감당할 수 있는지 비용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학원, 과외, 화상영어 등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매체도 선택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도 아이의 학습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떻게 배울 때 더 즐거워하고 학습효과가 높은지 알아내는 것이 엄마의 몫이다. 듣고 말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배울 때 더 잘 기억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아이도 있을 것이다. 모든 아이는 다 저마다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에 맞춰 효과적인 방법으로, 즐겁게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런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엄마의 성향, 엄마의 육아 스타일이다.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데 엄마의 성향을 고려하는 게 왜 중요할까? 바로 엄마가 또 하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그 영어환경을 만들고, 영어 육아를 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방법은 오래갈 수가 없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뛰는 2인 3각 경기 같은 것이란 말이다. 아이에게도 맞아야 하지만, 엄마에게도 맞는 방법이어야 한다. 영어환경은 단기간에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번 만들어두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계속 노력하고, 가꾸어야 하는 정원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물을 주어야만 한다. 


엄마표 영어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독후 활동과 다양한 워크지들을 생각한다. 엄가다, 즉 엄마의 노가다가 빠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활동부터 시작해서이제는 코팅하고, 제본해서 깔끔하게 만들어 내는 것까지 해야 한다. 아이가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세이렉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코팅기도 샀고, 제본기를 알아보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여러 번 활용하고 싶어서 코팅을 하고 모양대로 잘라서 재접착폼 스티커를 하나하나 붙여두기도 했다. 그런데 이 열정은 불행하게도, 아니면 다행스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전집 사면 그냥 나눠주는 워크북도 잘 활용하지 않는 내가, 어려서부터 미술활동이 제일 싫었던 내가 이런 것을 오래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것도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들인 시간과 노동 대비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런 활동들이 즐겁지 않고 귀찮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들은 아니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아이의 학습 스타일도 찾았지만, 내 스타일도 찾아낸 것이 수확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귀찮아하는 엄마였다. 나는 귀차니스트였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만 선택하기로 했다. 귀찮지도, 힘들지도 않은 것들.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엄마표 영어'이다. 엄마표 영어라고 해서 엄마가 활동지를 모두 만들어주고 학원처럼 커리큘럼을 빡빡하게 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나만의 스타일 엄마표 영어는 아주 심플하다.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내가 지향하는 목표 또한 명확하다. 아이가 영어를 평생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영어를 통한 자유로운 의사소통. 학교 시험 성적이나 높은 수능 점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래서 첫 1년 동안은 아이가 좋아하는 페파피그 영상을 2-30분씩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CD 하나 바꿔틀기도 귀찮아하는 나에게 넷플릭스는 참 고마운 존재였다. 그렇게 아이가 영어에 익숙해졌을 무렵에는 영어 그림책을 하나씩 들이밀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페파피그 영상을 보는 동안 나도 영어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 처음엔 아이에게 어떤 그림책을 골라주어야 할까 알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영어 그림책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읽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도 추려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어나가면서 리틀팍스(애니메이션 영어동화 도서관)도 병행해 나갔다. 요즘 좀 영어 말문이 트였다 싶어서 스피킹 할 수 있는 기회를 늘여주고 싶어서 '호두 잉글리시'도 시작했다.


사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잡힌 이후로 내가 하는 일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어떨 때는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아이와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는 것 외에는 아이의 학습 교재와 도구를 선택해 주는 것이 끝이다. 일단 아이가 습관을 들이고, 재미를 붙이고 나니 스스로 해낸다. 아이가 고른 영상을 보고, 학습 프로그램으로 스피킹 연습을 한다. 옆에서 지켜봐 주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전부다. 내 아이와 맞는 방법, 또 나에게 맞는 엄마표 영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시간이 들고 좀 힘들었지만, 찾고 나니 이렇게도 간단하고 즐거울 수가 없다. 귀차니스트라고 해서 또는 영알못이라고 해서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엄마표 영어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영어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큰 틀안에서 아이와, 엄마의 스타일에 맞춰 어떤 형태로든 각색해 나가면 된다. 물론 다른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애초에 할 수 없는 것,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택할 수 있는 데 다른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 애초에 선택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니까 말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선택의 가능성,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단 한 명이라도 선택지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마표 영어 시작에 용기를 갖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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