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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Nov 10. 2022

아는 것이 힘, 아니 돈이다

또 한 번, 나의 세상을 넓혔다


벌써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다, 둘째 보험이 엉망이란 소리를 들은 것이. 어느 날 모르는 설계사로부터 둘째 보험을 리모델링 해보라며 연락이 왔다. 둘째 보험은 좀 똑똑하게 가입해 보겠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만나게 된 설계사와 계약을 했었다. 여러 보험을 취급하는 GA 보험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만 5년이 지나지 않아 그만둔 모양이다. 자신이 이제부터 담당이라며 연락 한 새로운 설계사는 보험을 좀 보완해야겠다며 새로운 설계서를 보내왔다. 저렴하면서도 보장이 튼튼한 보험으로 가입하겠다며 열정에 불타오르던 그때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설계서를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완전히 까막눈이었다. 그래서 단톡방에 그 설계서를 공유하고 봐주라고 부탁하면서 알아보니 지금 들고 있는 보험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첫째를 봐가며, 청약서에 나온 담보들에 밑줄을 긋고 열심히 넣었다 뺐다 했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필요하지도 않은 담보들을, 설계사가 수당을 챙겨 먹으려고 잔뜩 넣어놨다며 도대체 누구한테 들었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모르겠다, 그것이 그녀였는지 나였는지. 그녀가 준 설계서를 열심히 들여보며,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필요 없는 것들을 뺐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고객인 내가 그렇게 무식했어도, 제대로 된 설계를 해주지 않은 사람이 제일 나쁘지만. 그렇다고 내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년 동안 적지 않은 돈을 꼬박꼬박 갖다 바칠 거면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만 했던 내 잘못도 크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듣고도 1년이나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그런데 어디서부터??? 검색창에 보험 리모델링을 쳐봐도 죄다 광고하는 사람들뿐이다. 보험 증권을 들여다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뿐이다. 보험이란,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어디 제대로 된 설계사 없을까? 수당 생각하지 않고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만 설계해 주는 양심적인 설계사는 어디 있을까? 주변에 보험 잘 아는 사람 없나? 그렇게 오지도 않을 행운을 기다리면서 차일피일 미뤄오기만 하던 시간들. 




인스타에서 계속 지켜보던 인친님이 모임에서 '보험 특강'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험특강만을 위한 모임은 아니었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보험료를 줄일 수만 있다면. 그렇게 첫날, 어떻게 공부해야 할 것인지를 듣고 책을 하나 소개받았다. 3주 동안 그 책을 읽으면서 같이 공부하다가 끝나는 날 '보험 특강'을 듣는 스케줄이었다. 둘째 날 미션은, 3주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소개받은 책 이외에도 밀리의 서재에서 5권의 보험 책들을 추가했다. 직렬 독서. 이전에도 많이 들어봤던 독서법이다. 한 분야의 책을 연달아 이어 봄으로써 해당 분야의 지식을 깊이 쌓는 독서. 아무리 모르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책을 연달아 읽다 보면 익숙해지고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다 함께 같은 주제로 공부를 하고 서로의 공부한 내용을 공유했다. 일주일 동안 5권의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좀 더 알아보고 싶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유튜브도 찾아보았다. 







고작 일주일. 고작 5권. 이렇게도 간단한 것이었다니. 이것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니. 사실 5권도 많다. 3권 정도만 읽었어도 충분했다. 이 일주일의 시간을 내지 못해서. 책 3권을 읽지 않아서. 해보면 별것 아닌데. 막상 시작하면 이렇게 금방인데. 나는 왜 그렇게도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나. 왜 도망치기만 했나. 왜 까막눈을 자처했나.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 아는 것이 돈이다. 충분히 아낄 수 있던 돈들. 이제는 공중분해 돼버린 아까운 내 돈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할 수 없는 사람, 못하는 사람'으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좁은 틀에 나를 가둬두고 내 가치를 낮춰왔다는 것이다. 




이제 그 틀을 깨고 나왔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나는 이제 보험에 대해 '아는' 사람이고, 우리 가족 보험을 리모델링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한 번 이렇게 나의 세상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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