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놀랄 이야기겠지만?!
진짜 더는 책장 못 사. 사려면 이제 큰 집으로 이사 가야 돼.
어느 순간부터 농담처럼, 그렇지만 진심 100%를 담아 지인들에게 하던 말이다. 첫째에게 7-80권이 되는 전집 2질을 사주면서 '책육아'에 눈을 떴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부부 책장으로는 모자라 이사 오면서 3단짜리 책장 2개를 산 것이 시작이었다. 하나, 둘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한 책장이 벌써 10개. 거실 벽 한 편, 아이들 방, 그리고 내가 주로 사용하는 서재까지. 비어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책장이 지분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우리 집에서 텅 빈 벽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분명 책장 하나를 더 살 때마다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넉넉하게 들어가고도 남겠지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사실 마지막으로 샀던 책장은 아이들이 아닌 내 책을 위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되어주었던 영어그림책들과 원서 읽기 모임을 하면서 핫딜이 나올 때마다 쟁여두었던 수많은 챕터북과 뉴베리 소설들. 제목이 뭔지도 알아볼 수 없게 쌓아두었던 책들을 예쁘게 진열해놓고 싶었다. 분명 책장 하나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육아 하면서 우리 부부 책들은 죄다 처분했었는데, 다시 책 읽기에 빠지게 된 내가 야금야금 사 모은 책들이 문제였다. 큰맘 먹고 아이들이 보지 않는 전집 몇 질을 처분했는데도 책장은 포화상태였다.
마지막 책장을 들이면서 기존에 쓰고 있던 회전 책장을 처분하려고 마음먹었었다. 자리는 더 많이 차지하면서도 수납은 별로 되지 않고, 테트리스라도 잘못하는 날이면 책들이 우르르 쏟아지기만 해서 눈에 가시 같은 책장이었다. 그런데 책장 하나를 들이고도 공간이 남는 걸 보니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공간을 아이들이 자주 보는 카드나 오디오 시디를 놓기로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청소기를 돌리기 위해 방바닥을 치우라고 하면, 제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모든 물건이 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고 흐트러진 채 쌓인 그 잡동사니들은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매일 그 공간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차라리 저 회전 책장을 처분하고 그 자리에 책장 하나를 놓는다면 더 깔끔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샀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최근에 읽은 것 중에 <인생 학교|돈>이라는 책이 있다. 곧 올릴 서평에도 썼지만, 그 책은 다른 책들과는 좀 다르다. 기존 책들이 '돈을 더 잘 모으는 법' 혹은 '돈을 더 절약할 수 있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책은 우리에게 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 너,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그 돈이 왜 필요한 건데?"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얼마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왜냐고? 내가 사고 싶은 책을 돈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으니까."
물론 그 외에도 돈이 필요한 이유는 수없이 많겠지만, 그중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책을 사고 싶고, 그러려면 그 책들을 담을 책장이 있어야 하고, 책장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정 크기의 집이 필요하다.
그 책은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나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진짜 필요한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이것들을 위해 보다 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포기하기. 우리의 지출을 '중요하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무조건 허리띠 졸라매서 아끼고,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기.
그래서 나는 '책'을 선택했다. 자기계발하기 위해서, 돈을 더 모으기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을 마음껏 읽기 위해 돈을 모으고,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읽기 위해 자기계발을 한다. 나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만 않으면 충분하고, 옷이나 화장품, 명품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단정하게 보이기만 하면 충분하다. 이런 비용들을 아껴 책 1권을 더 사는 것이 내 기쁨이다.
그래서 책장을 샀습니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