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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Oct 13. 2022

캠핑 2년 차입니다.

더 깊어질 우리


어려서부터 잠자리에 예민했다. 그래서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날들은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한참을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녘에 겨우 쪽잠을 자거나, 체력이 팔팔했던 20대에는 밤을 새우는 것을 택하기도 했다. 나이 들어서는 조금 덜 예민해진 것인지, 그만큼의 체력이 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른 곳에서도 그럭저럭 지내다 올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은 집이 제일 좋다.




사실 집이 아닌 어딘가에서 자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도 하다. 멀리 있는 시댁에 방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행을 할 때뿐이다. 그런데 그 여행이라는 것도 계획을 세우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숙소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는 침구들이 너무 찝찝하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닌, 나름 괜찮은 곳이라 이름난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순백색의 이불 이곳저곳에 들러붙어 있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펜션에 갈 때는 아이들 이불은 따로 챙겨간 적도 있다. 이렇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예약할 곳을 찾다 가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 에이, 그냥 말자!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캠핑족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분명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였다. 좋은 호텔에서도 잠을 설치는데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천 쪼가리 밑에서? 벌레도 엄청 많다고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힐링이 아닌 킬링이었다.  아이들 어린이집도 보내지 못하고 집콕만 하던 어느 봄날. 그렇게 좋아하던 집이 감옥처럼 느껴진 어느 날. 이렇게 날 좋은데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고 주문처럼 되뇌던 날. 무슨 바람이 들었던 건지 당일 글램핑을 예약하고야 말았다. 까탈스러운 아내를 둔 죄로 제대로 된 여행한 번 못해봤던 남편은 신나서 반차를 내고 퇴근했다.




사실 놀 거리가 그리 많은 곳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은 자연 속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그 흔한 돌멩이 하나 가지고 놀면서도 너무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캠핑을 결심했다. 어차피 당분간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못할 거 같은데, 자연으로 가자! 그리고 남의 이불 쓰면서 찝찝해 하느니 내 이불, 내 식기 들고 맘 편히 다니자. 고민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캠핑 매장에 가서 텐트와 최소한의 장비만 사서 집 가까운 캠핑장에서 첫 캠핑을 했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는 결말대로 그것이 시작이었다. 




캠핑을 다니면서 필요하다 느껴지는 장비들을 하나하나 사 모으다 지난여름에는 텐트를 하나 더 장만했다. 사고 싶은 마음은 늘 굴뚝같았지만, 계획에는 없었던 충동구매였다. 피칭을 좀 더 손쉽게 해서 캠핑을 즐길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남편의 바람과 아이보리와 오두막형 텐트의 감성을 원하는 내 오랜 소원이 만난 결과였다. 늘 낮에도 어두컴컴한 텐트에서 잠만 자다가, 환한 텐트에서 책 읽으며 뒹굴거리고 있자니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자연 속에서, 가을을 듬뿍 느끼며 신나게 뛰놀았다. 우리도, 아이도 모두 흐뭇한 시간.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만 캠핑을 다녔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동계 캠핑에 도전하려고 난방용품들을 장만했다. 집 가까운 곳에 장박 예약도 걸어두었다. 






캠핑을 다니다 보니 나에 대해서도, 남편에 대해서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 아니면 또 어떤 것을 힘들어하는지. 그와 더불어 우리 넷을 하나로 묶어 우리 가족, 우리 가족은 시간을 행복해하고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알겠다. 이렇게 혼자, 다시 또 같이하는 시간이 참 좋다. 서로에 대해 배워가며 가족공동체로서 하나 되는 시간이 뜻깊다. 앞으로도 더 알아갈 네가, 더 깊어질 우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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