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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Jun 21. 2024

정말 퇴사를 하기로 했다

퇴사 날짜가 잡혔다.

사실 계약직이었기에 계약 만료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퇴사를 하기로 하였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시간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건강도 많이 잃었고 건조해진 마음에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지 못한 시간이었다.

또, 내가 점점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정말 이런 사람이, 이런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온 결과가 이런 어른이 되는 것이었을까?

이 일을 계속했을 때 3년 뒤의 나는 15살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일 수 있을까?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양복 주머니 한구석에 찔러 넣고 출근길에 올랐다.

정말 언제 끝나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만두어야 하나, 많이 고민했지만 그 시간 또한 금방 흘러갔다.

지나고 보니 그새 또 좋은 기억만 남는 것도 같다.


두 번째는 팀으로 일하는 법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상사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렇게 이상적인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고

항상 밑에 사람들을 배려해 주시는 그런 멋진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인지 이 분들을 더 잘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일을 했던 것 같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배웠다. 나 하나 잘났다는 게 아니고 팀 전체가 어떻게 잘 굴러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나 시너지를 이룬 것 같다. 또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다는 것이 나에 대한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세 번째는 공허함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공허함을 느꼈다.

그래서 계속 생각해 보았다. 이 공허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학교를 다닐 때는 항상 데드라인이 있었던 것 같다. 시험만 끝나면, 학기만 끝나면 쉬고 놀 수 있다는 그런 데드 라인. 직장 생활을 하니 그런 데드라인이 없었다. 나야 계약기간이라는 끝이 있기는 했지만 만약 이걸 평생 업으로 삼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아찔했다. 정말 평생 주말만 바라보는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아직 그런 생활을 할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돈만 바라보고 일을 하는데에서 오는 깊은 공허함이었다. 일에 대한 보람이나 성취 없이 물질적인 보상만을 바라보고 매일을 버티는 기분이었다. 학생일 때야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라 생각했으나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나에게 물질적 보상 이외에 어떠한 성취감이나 보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꽤나 큰 고통이었다.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안다. 물질적 보상이라도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 할 수 있겠지만 내 성향상 이런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마치 눈은 뜨고 있지만 정신은 조금씩 조금씩 풍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 1년간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원래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자유인'의 신분으로 휴식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게 2년이 미뤄졌다. 그래도 그 2년 동안 정말 많은 성장을 했기에 너무 감사하다. 이제는 정말 조금 휴식기를 가지고 내 삶의 방향을 조금 가다듬어보려 한다. 그럼 퇴사까지 남은 3개월도 파이팅이며 그 이후의 1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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