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진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고향을 떠나 서울이라는 곳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이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너무나 감사히도, 나에게 그런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합정역 근처에 있는 카페 '마뽀즈(Ma pause)'이다.
Ma pause. 프랑스어로 '나의 쉼'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곳. 나는 오늘도 여기서 쉬어간다.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을 아마 4년 전쯤일 것이다. 그때 나는 평생을 살아왔던 부산에서 막 상경하여 홀로 마포구청 역 근처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약 96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사는 서울이지만, 가족은 물론 친구도 거의 없는 이곳은 나에게 너무나 조용했다. 게다가 2021년도였던 당시, '코로나'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 나는 더욱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랬던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아리따운 비건 케이크들!
물론 서울, 특히 마포구에는 많은 비건 케이크 샵들이 있고, 그중 내가 유난히 더 좋아하는 곳들이 몇 군데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곳, '마뽀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한다. 아마, 내가 서울에서 자취방 다음으로 가장 많이 있었던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곳을 그리도 좋아하는 이유들을 생각해 보면, 머릿속이 순식간에 몽글몽글 예쁜 생각 구름들로 가득 차는 것만 같다. 그 구름 각각이 '나부터 말해줘!'라고 주인에게 어필하는 중이다! 자, 이제 하나씩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자.
첫째로, 카페의 주인공인 '케이크'를 먼저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름 지인들 사이에서 미식가, 맛집 전문가로 통하며 그중에서도 비건 케이크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로 전문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나이다. 물론 개인마다 입맛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마뽀즈의 케이크들은 나에게 하나같이 정말 맛있다..!
마뽀즈에는 매일 약 10종류 이상의 케이크들이 있다. 이 어여쁜 케이크들이 진열된 모습을 볼 때 어찌나 설레는지! 아마 내가 슬퍼서 펑펑 울다가도 이것을 보면 부끄러울 만큼 곧바로 미소가 날지도 모르겠다. 모든 디저트들이 100% 비건이다. 케이크 종류마다 다르지만, 시트의 주성분은 현미, 쌀가루, 통밀가루, 또는 아몬드가루이며 크림은 코코넛 크림, 오트 크림, 또는 두유 크림이다. 거의 모든 메뉴를 먹어보았고 다 맛있는 것을 알기에 고르는 것이 매번 어렵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 종류는 현미를 베이스로 하여 포슬포슬 보드랍고 가벼운 글루텐프리 제누아즈 사이에 고소하고 달달한 코코넛 크림이 가득 들은 것들이다. 특히 그중 말차 딸기 케이크와 두더지 케이크(초코 바나나 맛)는 몇 번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비건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건 케이크에 대해 말하면, '너무 건강한 맛 아니야? 디저트는 달아야지!'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리가 있다. 우리가 디저트를 찾는 이유는, 조금 더 달달한 하루를 맞이하여 행복해지려는 것 아닌가! 물론 마뽀즈의 케이크들은 시중의 일반적인 디저트들에 비하면 달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심하고 건강하기만 한 맛은 아니다. 인공적인 단맛이 줄어듬으로써 코코넛, 말차, 초코 등 그 본연의 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비건 디저트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가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이게 비건이라고? 그냥 엄청 맛있는데?" 그렇다. 마뽀즈의 케이크들은 정말이지 맛있어서 우리의 오후를 반짝이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둘째로, 놀랍게도 연중무휴이다! 그렇다. 설날, 추석, 등등 그 어떤 공휴일에도 휴무인 날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서울 한 복판에서 이렇게 언제든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 있어 어찌나 감사한지. 또, 피곤하실 법도 한데 이렇게 매일 이리도 많은 케이크들을 만드시고 손님들을 맞아주시는 사장님의 열정에 매번 놀란다.
대학원생이기에 상대적으로 일정이 자유로운 나는 평일 2시쯤의 마뽀즈를 자주 애용한다. 그때에는 전체 9개의 테이블 중에 평균적으로 반 정도가 차 있다. 그래서 조용하면서도 기분 좋은 말소리들이 마치 실바람에 실려온 멜로디로 들린다. 나는 홀로 노트북을 켜서 글을 적거나 공부를 한다. 지금, 그 느낌을 집에서 머릿속으로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부드러운 평안이 찾아온다. 평일뿐만이 아니라 주말에도 종종 간다. 보통 이때는 직장인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만석인 테이블을 보면 '기다려야 하나..? 어쩌지..' 하는 걱정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마뽀즈의 진가를 알아줌에 뿌듯하고 기쁘다.
마지막으로, 마뽀즈는 다정함이 깃든 곳이다. 종종 마뽀즈에 들어가기 전부터 창문을 통해 사장님과 눈이 마주친다. 아무리 바쁜 날에도 그 즉시 사장님의 마음만큼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케이크가 있는 냉장 쇼케이스를 넘어 서로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고 있었어요~?'
'오늘 날씨 너무 춥지 않아요~? 내일은 더 춥다고 하니 따뜻하게 입어요~'
얼마 전에는, 전화로 케이크 픽업 예약을 하려다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말씀드렸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과 나의 성이 같은 것이 아닌가! 흔하지 않은 류 씨. 더 놀라운 것은 한자도 같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전화를 통해 "우리 가족이었잖아요~? 어쩐지~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잘 맞았나 봐~" 하며 하하 호호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뽀즈라는 공간에도 사장님의 다정함이 '포오--옥' 깃들어있다. 마치 미국 레트로 영화 속의 어느 예쁜 카페에 들어온 것만 같다. 빈티지 인형들처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하고, 벽에 그림도 꽤나 많이 걸려있다. 나는 그 그림들 중에서 매끈한 유리 화병에 다홍빛의 꽃이 담긴, 마치 마뽀즈라는 곳을 한 도화지에 담은 것 같은 그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
이 외에도 사장님의 따스함은 마뽀즈의 군데군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 봉지에는 항상 드라이플라워가 붙어져 있다. 또, 언제나 케이크와 함께 달달하고 상큼한 과일들을 내어주시며 항상이지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신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그 덕분에 마뽀즈에 다녀온 날은 늦은 밤 잠이 들기 직전까지 마뽀즈의 온기가 내 마음에 잔향으로 남아있다.
서울을 잠시 떠나는 지금, 이곳과 멀어진다는 것이 참 많이도 아쉽다.
하지만, 이곳에서 혼자 혹은 친구들과 쌓은 좋은 추억들이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기에, 그 온기가 여전히 나의 마음을 데워주고 있기에, 나는 잠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의 쉼을 얻는다.
아, 언젠가 마뽀즈에 다시 올 때 얼마나 설렐까!
그동안 참 많이 감사했어요, 마뽀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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