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데렐라의 외출

by 류류지


신데렐라는 밤 12시에 집에 가야 하지만, 류데렐라의 귀가 시간은 늦어도 오후 6시이다..! 27살의 어른인 류데렐라에게는 어둑한 밤에 밖에 있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며, 참 많이 무섭다. 어두운 거리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루틴이 깨지는 것이. 그래서 저녁 약속을 잡는 것은 나에게 드물디 드문 일이다. 더구나 이 류데렐라는 저녁의 시간 약속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새벽 4시 45분 기상으로 시작되어 운동 시간, 식사 시간, 산책 시간, 청소 시간등이 칼같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12월의 어느 날, 류데렐라는 일탈을 결심한다!



오전의 일탈 : 오전부터 점심까지는 처음으로 베이킹 클래스에 참여했다. 클래스가 열리는 카페는 집에서 대략 1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나는 커다란 용기를 달그락달그락 들고나가 지하철을 타고 이 날의 여정을 시작했다. 너무나 듣고 싶었던 클래스였지만 새로움을 더욱 두려워하는 요즘의 류데렐라는 가기 전까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혼자 뭐 대단한 것을 해 먹겠다고 비싼 돈 주고 클래스를 듣지.. 이 시간에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려나.' 등등. 하지만, 대망의 날은 와버렸고, 나는 집을 나와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즐기자!"


클래스는 나를 포함한 10명의 학생, 그리고 카페 사장님과 함께 했다. 방문할 때마다 참 다정히 맞아주시는 사장님의 그 공간은 따스함이 깃들어있었고, 그 카페에 찾아온 사람들도 다들 카페와 사장님을 닮아있었다. 나는 이 날 만든 것은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하였기에 어떤 용기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마땅한 용기를 미리 준비해오지 않았기에 더욱 막막했다. 그런데, 사장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강생분들께서도 자신의 것을 담는 것도 제쳐두고 나를 도와주었다.


"이렇게 담아가면 될 것 같은데요~?"

"아냐 아냐, 이렇게 담는 게 더 예쁘겠다. 얼른 가득가득 담아봐요!"

"기다려봐, 내가 예쁘게 잘 잘리는 도구랑 담아가기 좋은 통을 가져올게요~!"


그 순간, 오히려 내가 너무나도 귀중한 선물을 받았다. 바로, 사람들의 온기. 내가 혼자 살면서, 혼자 학문을 마주하면서 가장 고팠던 것 중 하나. 이 사람들의 다정함은 놀라웠고, 그 덕분에 나는 참 행복해졌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구수한 향을 맡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거의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우리는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이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 또 이런 좋은 날에 다시 만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보고 계실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렇다. 류데렐라의 첫 일탈은, '다정함'을 굽는 클래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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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동에서 서로 번쩍 날아가는 길!


오후의 일탈 : 첫 일정이 끝나고, 나는 이제 동에서 서로 '번쩍!' 가야 한다. 종로에서 합정까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이제부터 류데렐라의 본격적인 일탈인, 저녁 약속의 시작인 것이다. 이 날 일탈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1달 후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가기 전, 꼭 만나고 가고픈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이날의 저녁이 최선이었다. (사실, 원래 이 날 점심에 보기로 했지만, 나의 베이킹 클래스 일정 때문에 바뀌게 되었다. 친구야, 흔쾌히 이해해 주어 무척 고맙다 :) )그래서, 약속 당일의 10일 전쯤 친구와 일정을 정하려 할 때, 나는 '그래, 내가 뭐 신데렐라도 아니고! 전혀 못 할 이유가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아버렸다! 약속한 날이 다가올수록 이 날 저녁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보고팠던 친구를 오랜만에 본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그리고 그 친구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본 친구와 카페에서,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한 식당에서 각자 어찌 살았는지 도란도란 쉴 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시간이 무색하게 어색하지 않았고, 그저 며칠 전에 본 친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마음이 참 편안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거리가 깜깜했다.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무색할 만큼 밥 먹듯이 왔던 망원동인데, 밤의 망원동은 생전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혼자였다면 이 어두움이 나에게는 다소 무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의 저녁은 무섭기는커녕,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한,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


일탈을 한 류데렐라가 아름다운 세상을 본 하루.
앞으로도 자주 일탈해 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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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 합정의 마뽀즈에서 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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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 망원동의 '풀 발효부엌'에서 도란도란.
IMG_5475 2.heic 친구와 나누어 먹은, 오전에 베이킹 클래스에서 만든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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