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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Mar 15. 2024

혼자, 생각하기.

나의 생각들을 바라보기. 그리고 글쓰기.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인 김종원 작가님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서 말한다. 

세상에 쓸데없는 생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이번 3월부터 '파릇파릇한' 24학번 박사과정 새내기로서 3개의 수업을 듣는다. 저번 학기까지는 공부보다는 연구에 매진하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수업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새롭고 나름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모두 독강을 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아는 동료들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정도이다. 조용히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조용히 혼자 나온다. 때때로 친한 친구와 옆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학우들을 보면 학부생 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말 "때때로"만 그렇다. 나는 이제 혼자 듣는 게 익숙하고, 그래서인지 더 편하다. 그리고 우리 연구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말이 오가지 않기에 나는 연구실에서도 말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그렇게 나는 인사를 제외한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은 대학원생이다. 

   

어느 새벽, 꽃, 조명 그리고 책이 놓인  나의 책상

 또,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이전 집보다 훨씬 넓어지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옵션으로 들어있는 책상이 저번 오피스텔의 책상보다 두배로 커졌다. 책, 노트북 그리고 조명까지 올려놓아도 넉넉한 크기이다. 며칠 전에 엄마가 가져온 꽃다발까지 아직 놓여있다. 또, 얼마 전 나의 생일에, 언니야가 선물로 값이 꽤나 나가는 기능성 의자를 사주었다. 역시 유명하고 비싼 것은 다르구나 싶다. 정말 편하다. 더구나 집이 남향이라서 책상에 앉아 있으면 등 뒤로 따스한 햇빛이 들어와 나의 책상을 밝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지금 내 방의 책상 앞에서의 시간이 싫을 리가! 정말 무척이나 좋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나는 카페 가는 것을 제외하면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 채식 지향의 삶을 살고 있기에 내가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많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요리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내가 만든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아, 엄마 밥은 물론 제외하고 말이다. 이 글에서는 딱 사진 2개로만 나의 요리를 자랑하고 다음에 본격적으로 자랑을 해볼 예정이다. 무튼 그래서 나는 외식 약속도 잘 잡지 않게 되었다. 

내가 차린 나의 밥상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머릿속이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길을 걸을 때, 홀로 밥을 먹을 때, 운동을 할 때 등등 공부를 하거나 잘 때를 제외하면 계속 무언가를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힘들었다. '나는 왜 이리 걱정도 고민도 많은 거지. 머리가 아프네..'라고 생각하며 '에휴..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다니.. 힘들다..'라고 생각하던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의 나는 생각을 즐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라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 '얘는 참 신기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네. 호기심이 참 많구나' 싶다. 이른 아침에 집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간단히는 오늘 아침 식사 또는 그날 입을 옷에 대해 생각하다가 갑자기 과거의 추억을 문득 떠올리기도 하고 미래의 어느 날에 대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혹은 그날 꿈을 꾸었다면 그 꿈의 연장선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나는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산책의 시간을 참 많이 가진다. 니체도 "진정한 위대한 생각은 전부 걷기에서 나온다"라고 했고, 루소는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었다고 한다..! 이것을 알게 되니 산책을 하는 것에 대해, 핑계가 아닌 명백하고 타당한 이유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특히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인 요즘은, 길을 걷다가 문득 글의 주제가 될 만한 것이 떠오를 때가 아주 많다. 그럴 때면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글을 쓰려고 발걸음이 무척 빨라진다. 떠오른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얼른 써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실, 지금 쓰는 이 글도 오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찾아와 주었다. 이와 관련해서, 말하고 싶은 책 하나가 있다. 최근에 유튜브 이연님의 영상에서, 이연님이 소개해주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무척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책에서 초반부에, '착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착상들은 육체를 벗어나 에너지로만 가득 차 있는 생물의 형태다.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분리된 다른 존재들이고, 우리와 상호 교류할 능력은 지니고 있다.

그리고 착상은 자신을 현현시켜 줄 매개체인 인간을 찾아 나선다고 말한다. 여러 사람들을 '방문'하고, 자신과 일하기를 승낙하는 인간을 통해 그 본체가 드러난다고. 착상이 나의 문을 두드려도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그것은 다른 인간을 찾아 떠난다고 한다. '착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을 처음 보아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다. 내가 홀로 걸을 때, 운동할 때, 밥을 먹을 때 그렇게 혼자일 때 끊임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 이런 착상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렇게 혼자 있으며 생각을 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또한, 책의 중간에 시인 '루스 스톤'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그 비범한 시인은 "때때로 시가 그녀에게 밀려오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길버트가 말했다. 그리고, 


루스 스톤은 그럴 때면 '꽁지 빠지게 내달려서' 해일처럼 밀려오는 시보다 한 발 앞서려 발을 바삐 내디뎠다.


라고 나와있다. 우와! 나도 이런 것인가 싶어서 나름 뿌듯했다! 저명한 시인의 행동에 공감을 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나도 사실은 엄청난 작가가 될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져보았다. 




    참 흥미진진한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혼자 생각을 하며 다양한 착상이라는 것을 만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며 어떤 사람인지 공부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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