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글 쓰는 이방인
돈이 없어 봐야.
친구가 없어 봐야.
부모가 없어 봐야.
일자리가 없어 봐야.
아이가 없어 봐야.
건강이 없어 봐야...
아는 것이 있다.
내 삶에 비어있는 공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노라면, 지난날 그 공간을 채웠던 소중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 없이 먹고,
의식 없이 웃고,
의심 없이 즐겼던,
그 시간들...
쉽게 털리지 않는 먼지처럼,
여전히 마음 구석진 곳에 뭉쳐있다.
형상 없는 그림자처럼,
지금도 내 삶을 따라다닌다.
이제는
생각이 많아져,
의심하고 돌아보니
의식하며 웃고 있는
나를 본다.
그렇게 비어 있는 공간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온몸에 두드러기 나듯 솟아오르는 지난날의 소중함이, 이제는 나를 외면하며 지나간다.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아,
나는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