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이 믿기 힘든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1년간 북한 내부에 불어닥친 정보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북한 주민들은 온라인 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특히 ‘김정은이 북한을 일본에 넘기기로 밀약했다’거나, ‘북한 정권이 중국에 주민 만 명을 팔아넘겼다’는 식의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이른바 ‘어그로’ 짙은 영상들이 문제였다.
사실을 담은 영상도 있었지만, 그들은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구분해 내지 못했다. 오랜 정보 통제 사회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 앞에서, 그들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걸러야 할지 판단할 기준조차 갖기 어려웠던 것이다. 시청한 영상과 비슷한 유형의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한몫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영상 내용을 철석같이 믿었고, 자극적인 내용이 입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 소문들은 불쏘시개가 되었고, 결국 쿠데타로 이어진 것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들어선 나는, 다행히 긴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낡은 플라스틱 의자가 엉덩이에 차갑게 느껴졌다. 한쪽 구석의 버스 도착 정보 안내기만이 희미한 빛을 내며 ‘예상 도착 시간 – 5분’이라는 글자를 띄우고 있었고, 나는 남은 5분도 알뜰살뜰 사용하기 위해 유튜브를 실행했다.
-평양의 10년 전 모습은?
-북한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북한, 3년 안에 무너진다? 유명 예언가의 예측!
어젯밤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이후로 내 추천 영상은 온통 이런 영상으로 도배됐다.
‘망할 알고리즘.’ 그때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예전엔 쌀이나 퍼줬지, 이젠 전기까지 퍼주네. 어휴.” 버스정류장의 긴 의자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신문의 1면, 그중에서 헤드라인을 보고 있는 듯했다. 1면에는 대통령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있었고, 아주 커다랗고 시뻘건 글자로 ‘南, 이젠 北에다 인터넷 깔아준다’라고 적혀 있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놈이 그놈이네. 어휴.” 남자는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202X년 6월, 보수당의 한 후보가 제2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사람들은 당의 성격에 맞는 강력한 대북 제재나 국방력 강화와 같은 정책을 기대했지만, 그의 첫 번째 정책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뜻밖에도 ‘북한에 컴퓨터 및 인터넷 보급’이었다. 그 정책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리나라가 북한에 보통의 (10~15년 전 성능을 지닌) 컴퓨터를 보급하고 전기세를 3년 동안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의 취지는 곡식이나 가축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지원으로 남북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반발은 상당했다. 반대 청원은 청와대 게시판에 수없이 오르내렸고, 수많은 찬반 토론이 오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추진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북한 가정 내 컴퓨터 및 인터넷 보급률이 90%를 넘기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조선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국민 대부분도 인터넷에 적응했다고 한다. 사실, 북한 주민들의 적응은 오래전에 끝났었다. 그들은 암암리에 자신들이 구축한 우회 시스템을 USB로 공유했고, 시스템을 이용하여 유튜브나 구글에 접속했다. 마치 과거에 한국의 드라마를 몰래 보던 것처럼 말이다. 변수라면 북한 정부는 이런 세세한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또 1년 후. 나는 위층에서 쿵쾅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시였다. 짜증이 치솟았다. 욱한 마음에 위층 집을 찾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괜히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침실을 빠져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들려는 순간, 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뭐지? 잠에서 덜 깼나….’ 그러고 보니 조금 전부터 아파트 전체가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다. 마치 월드컵 기간처럼. 나는 컵을 집다 말고 다시 안방으로 향했다. 그 순간, 밖에서 어떤 사람이 아파트가 떠나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한민국 만세!” 나는 안방으로 뛰어가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믿을 수 없는 단어의 행렬이었다.
[실시간 검색어]
1. 북한 붕괴
2. 북한 쿠데타
3. 김정은 사망
4. U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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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믿기 힘든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1년간 북한 내부에 불어닥친 정보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북한 주민들은 온라인 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특히 ‘김정은이 북한을 일본에 넘기기로 밀약했다’거나, ‘북한 정권이 중국에 주민 만 명을 팔아넘겼다’는 식의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이른바 ‘어그로’ 짙은 영상들이 문제였다.
사실을 담은 영상도 있었지만, 그들은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구분해 내지 못했다. 오랜 정보 통제 사회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 앞에서, 그들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걸러야 할지 판단할 기준조차 갖기 어려웠던 것이다. 시청한 영상과 비슷한 유형의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한몫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영상 내용을 철석같이 믿었고, 자극적인 내용이 입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 소문들은 불쏘시개가 되었고, 결국 쿠데타로 이어진 것이었다.
※ 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창작된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