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인데 벌써 비밀이 생겼다

섬세한 아이의 배려

by 역사와동화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새이는 섬세한 아이다. 생각이 많다. 독특한 생각도 많이 한다.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자분자분 한참 말을 풀어놓는다. 하지만 할만 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말을 하지 않는다. 새이가 친구랑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말이 나에게는 “엄마에게도 말하고 싶어요.”로 들렸다. 새이가 엄마 앞에서 종알종알 대는 걸 본 기억이 없어서, 조금 마음이 쓰이고 있었다.

새이의 어머니는 전문직의 일을 하신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7~8시. 저녁 준비에, 숙제를 돌봐줘야 하고, 준비물 챙기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어머니는 지쳐 있고 여유는 없다.

새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새이 어머니도 새이처럼 섬세하신 것 같았다.

“새이가 참 어른스러워요.”

“예, 아무래도 엄마가 직장에 다니니 자기가 스스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생각도 깊고 배려심이 많은 아이니까 더 그럴 거예요. 그런데 예전보다 아이들이 더 빨리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한테 속 얘기를 더 많이 할 것 같은데... 새이는 어때요?”

“아... 별로 안 해요. 문제도 없고 알아서 잘하는 편이에요. 제가 새이와 어떤 얘기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직장 다니시니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새이는 엄마랑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을 거예요. 새이가 책을 좋아하니까 아직 애기라 생각하고 책을 읽어주면서 새이 얘기를 들어주세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새이는 엄마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새이는 아직 엄마에게 기대고 엄마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았다.

새이 어머니께서 그러겠다 하시고 실제로 그렇게 하셨다.

“선생님, 엄마가 저번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 읽어주었어요. 그래서 책 읽고 내 얘기도 했어요.”

“좋았어?”

“네.”

“그럼, 새이도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싶다고 시간을 내달라고 적극적으로 말해 봐. 엄마도 새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하는지 몰라서 그러실 수도 있으니까.”

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이가 엄마를 배려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어른의 세계로 들어오지는 말렴


친구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있어 친구는 더 중요하다. 여자아이들은 조금더 일찍 친구들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만든다. 엄마에게는 이야기 안 해도 친구에게는 이야기하는. 어른이 들으면 그게 무슨 비밀일까 싶은 것도 자기네끼리는 눈짓을 교환하며 속닥속닥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울 때도 있다.

비밀이란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거고, 아무리 작은 거라도 그걸 가슴에 묻고 있는 건 힘들지 않을까. 더군다나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라면 더 마음이 짠하다. 새이는 조금 더 엄마 앞에서 어리광을 피워도 된다. 자기만의 세계로 가는 발걸음도 조금 늦춰도 된다. 1학년은 이제 유치원을 갓 졸업한 유년기에 가깝다.


아이에 따라 부모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이 점점 더 일찍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그게 부모와 독립해 자기의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부모와 대화하는 법을 몰라서, 어차피 바쁘다고 들어주지 않으니까 빨리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다. 이미 부모한테는 말해도 소용없어,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저절로 이렇게 된다. 사춘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도 조금은 안타까운데, 1학년이라니...

부모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 생기는 것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일찍 자기 세계로 숨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는 믿을만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 조금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유년기를 보냈으면, 그래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어른이 되기 전의 행복한 시기를 좀더 누렸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어른의 세계로 들어오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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