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얘기를 못하는 아이,
잘하는 아이

감정과 생각 표현 1

by 역사와동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아이들


“우리 엄마가요, 동생만 예뻐해요. 분명 동생이 잘못했거든요. 근데 나만 야단치는 거예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소리를 빽 지르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갔어요.”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감정까지 넣어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망설이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감탄한다.

“누구야. 너 뭐 말하고 싶지?”

“아뇨.”

“에이, 얼굴에 다 써 있는데... 말해 봐. 선생님만 알고 있을게.”

“어제요...아니에요.”

망설이다, 이야기를 못하는 아이도 있다.

타고난 성격이 소심할 수도 있다. 나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조심스레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우선 수업을 해야 하고 다른 아이들도 보아 주어야 하고 상황이 계속 물어보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 혹시 더 물어주길 원한 건 아닐까, 어쩌면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인데, 내가 기다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천천히 기다렸으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자기 속 얘기를 잘하는 아이들은 기특하고, 자기 얘기를 잘못하는 아이들은 안쓰런 맘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하고 싶고 상냥하게 대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히 아는 아이들, 그리고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더 잘 찾고 행복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얘들아, 자기 마음을 잘 전달해야 해.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려면 내 마음을 잘 알고 자기 자신을 자꾸 살펴보아야 해. 그래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그래야 더 행복해.”

아이들에게 말한다. 결국 나에게 하는 말이다.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멈추지 마


나도 나의 감정과 느낌을 말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 문제를 누구와 의논하는 법도 도움을 제대로 구하는 법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아이였다면 본인이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누구에겐가 얘기하면 쉽게 바로 해결될 문제도 혼자 끙끙대다 해결책을 못 찾고 가끔은 무책임한 아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내 감정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이었다. 여전히 도움을 청하는 것도 서툴렀다. 어른이 되어서도 혼자서 끙끙거리다 부탁을 못하고 망친 일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형제 중 네 번째라는 위치 때문인 것도 같고, 다른 사람들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릴 때 어느 순간 깨달아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어떻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잘 전하는지 배우지 못해서인 것 같다.

자체 검열을 하니 내 이야기는 별로 할만한 게 없는 것 같았다. 생각이 많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망설였다. 슬픈 일을 얘기하라 하면 그나마 덜 슬픈 일을 골라 말했다. 나 자신의 얘기를 잘못하니 감정은 더 평평해졌다. 좋은 게 좋고 분노라는 감정을 쓰려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었다. 물론 가족이랑도 싸우고 엄마에게도 화를 내고 의논을 했겠지만 마음 놓고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한 것은 잘 못한 것 같다. 가끔 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온순하고 평온한 컨셉을 유지했다. 타고난 기질은 어둡지 않았는지 우울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성격이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혼자 해결하는 편이니 씩씩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은 시끄러웠다.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택한 길은 책이었다. 특히 심리학 관련 책들을 정말정말 많이 읽었다. 심리적인 것들을 나는 사람보다는 책을 통해 배웠다. 책을 통해 배운 대로 내 감정을 읽어주고 스스로 나를 위로했다. 책에서 배운 것들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가 제대로 사랑을 못 받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위로받아 보지도 못하고 내가 위로를 받을 상황에서 남을 위로하고 있는 모순된 나도 보였다.


이런 과정을 몇 년 거치면서 내 안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수업하는 아이들은 '이제 심리학 책을 덜 읽어도 되겠다.' 싶을 때 만났다. 그 이후로는 아이 심리와 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또 마구 찾아 읽었다. 아이를 키워보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나는 조카 9명이 자라는 걸 도우며 조카들을 이끌고 놀아본 고모와 이모였다.


사람들은 힘든 이야기를 안 하면 그 사람이 힘든 줄 모른다. 처음에는 말하기 힘들어도 조금씩, 조심스럽게 말해 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 사실을 나는 아주 늦게야 깨달았다.

아이들이 이걸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속 얘기를 더 잘 표현할수록 친구와도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네 얘기를 안 들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들어주는 사람도 있어. 그러니 너의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멈추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