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반쯤 어긋남

by nenun

내가 어디 가서나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어려서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부터 몸으로 배운 이방인의 자세일 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표현을 못하고 조용히만 있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때 인도네시아 현지 학교를 처음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한국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말에 한계가 있었다. 정말 간단하고 최소의 일상용어만 알지 현지 중학교 아이들이 읽는 책들을 보니 하 이것을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이 되었지만 아무에게도 그 고충을 말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신경직 적이고 바빴고, 그나마 교회 생활에서 나는 안정감을 찾았다. 지금은 아무 종교를 믿지 않지만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것 말고는 기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조용한 아이였다. 불만도 없고 좋은 것도 없고 취향도 없는 아이였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 할 취향이나 고집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곳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감히, 혹은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많았고.


그것은 아직도 이어져 온다. 어느 나라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항상 반쯤은 어긋난 사람이 되었다. 생각이 넓지만 그 생각이 딱 맞는 곳은 없다. 그 반 정도만 맞는 곳에 항상 살며, 그것을 반쯤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 모든 사람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며 지낼까?


희망하건대 내가 지금 인생의 3분의 1을 살았길 바란다. 그럼 내가 12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정정해 보자면 인생의 반보다는 조금 적게 살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즈음에서 내가 고민이 되는 것은 그거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내가 사는 것이 못 마땅하기보다는 그 내면에 나를 움직인 동기나 나의 행동, 습관, 사고방식이 나를 만들고 나를 이곳까지 보냈을 텐데. 언제나 반쯤 어긋난 그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나름 흥미로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앞으로 이런 어긋남을 내 슈퍼파워로 쓰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그냥 이대로 살아가도 좋을까?


하긴 나는 꽤 자주 "아.. 행복하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인생에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것에 의해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더 깨닫는 그 과정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이다. 그게 고달픈 여정이든, 즐거운 여정이든. 그 둘 중 하나는 아니다. 둘다 함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점점 더 알게 되고 그게 굳어져 가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여러 경험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치고 인생의 무게, 부담감, 두려움, 즐거운 등을 겪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이 고집이 세지는 이유가 본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싫어하고 어떻게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남은 인생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그래서 더 솔직해지고 더 고집이 세지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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