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끝난 외제차, 그 현실_1편
BMW를 구매해 버렸다.
"자기야 일어나 봐. 드디어 찾았어"
새벽 1시 잠자던 와이프를 흔들어 깨웠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몇 개월 하염없이 헤매다 그토록 내가 원하던 차를 찾았기 때문이다.
원하던 브랜드, 원하던 모델, 원하던 성능, 원하던 색상, 적당한 연식과 주행거리.
잠에서 깨 심드렁한 와이프는 실눈을 뜨고 천천히 사진을 보다가 한마디를 남겼다.
"괜찮네. 이걸로 사게?"
회색의 BMW 530i msp xdrive. (※ BMW 5시리즈인데 잘달리는 4륜 승용차라는 뜻)
이 모델을 사기로 진작에 결정한 지 3개월 되던 날이었다.
당시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의 차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거리에서 참 예뻐 보였다.
와이프가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해 봐도 충분히 멋져 보였다.
처음엔 벤츠와 BMW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벤츠를 사자니 BMW가 아른거리고, BMW를 사자니 벤츠가 꿈에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벤츠가 우리에겐 좀 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브랜드이다.
이에 반해 벤츠는 역사적으로 '럭셔리'와 '컴포트함'에 집중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자동차임을 어필한다.
나와 와이프는 이제 막 30대 초반이다. 성공은커녕 하루하루 근면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벤츠라는 자동차는 뭐랄까.. 조금 더 연륜을 쌓고 타도 충분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23년 2월, 수원 매장에 가서 결국 보증이 막 끝난 BMW 중고 외제차를 구매했다.
기뻤다. 결혼 3년 차이던 내게 있어 인생의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달까.
역설적이게도 나는 비싼 재화에 큰 관심이 없다.
시계에도 관심이 없고, 최신 전자제품에도 심드렁하다. 옷도, 신발도 항상 와이프가 사주는 것만 입는다.
다만, 유독 자동차만큼은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모든 자동차에 눈길이 갔다.
자주 못 보던 외제차가 지나갈 때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이 차가 더 좋다느니, 저 차가 더 좋다느니 사소한 것으로 친구들과 싸운 적도 있었다.
애초에 차를 좋아하는 인간으로 설계되어 버린 까닭일까.
나이를 먹고 돈을 벌기 시작하니 결국 이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단 한 번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나이 삼십에 패기를 부리고야 말았다.
어느덧 차를 산 지 2년이 지났다.
여전히 만족한다. 아직도 예뻐 보인다.
단 하나, 엄청나게 비싼 유지비를 제외하면 말이다.
인생 첫 외제차를 사는 것은 용기가 팔 할이다.
하지만 외제차를 계속 관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독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앞서 각오는 되어 있었다. 이전에 국산차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잔고장이라도 날 경우, 공식 BMW 서비스센터는 예약이 밀려 3~4개월 후에나 입고시킬 수 있을뿐더러,
사설센터에 들어가면 일단 기본 100만 원부터 시작했다.
내가 뽑기를 잘못해서 폭탄차를 구매한 것이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몇천만 원을 거래하는 중차대한 일인 만큼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구매했다.
주행거리도 짧고 이전 소유자도 단 1명밖에 없는 아주 컨디션 좋은 차였다.
구매할 당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기계다.
아무리 정교하고 잘 만들어졌어도 시간이 지나면 기계는 닳고 노후화된다.
어떤 기계도 예외는 없다.
땜질을 하거나 교환을 해야 한다.
엔진오일, 미션오일 등만 잘 갈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로 해결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정비들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내가 구매한 2018년식 BMW 530i(G30)는 지독한 몇 개의 고질병이 있는 모델이다.
보증기간 5년이 끝나자 귀신같이 전국적으로 여기저기서 차주들의 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나도 그중 하나였다.
차를 구매하고 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얘기해 보겠다.
살면서 겪은 고통은 추억이 된다 했던가.
과거는 추억이 되었다지만, 미래엔 또 어떤 고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끔 등골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