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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끝난 외제차, 그 현실_2편
유독 BMW가 빠르게 지나다니는 이유
by
비뭉
Jan 2. 2025
내 첫차는 장인어른께 양도받은 2006년식 오피러스다.
3년을 탔다.
기아 오피러스
오피러스는 2000년대에 의전용 차량으로 많이 쓰였던,
이른바 쇼퍼드리븐(Chauffeur-dirven) 차였다.
힘 좋은 6기통 엔진을 갖고 태어났기에 평상시 운전하는데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20대 후반의 내가 몰기엔 참 무겁고 묵직했다.
자연스레 내 운전 스타일도 묵직하고 클래식했다.
처음 마시는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처음 몰게 된 차가 난폭운전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어르신 차였으니 내 운전 스타일은 자연스레 점잖았다.
BMW의 주행질감은 오피러스와 정반대이다.
재빠르고 날쌔다.
'이렇게 움직여야지' 생각하면, 차가 그걸 미리 알고 내 몸과 함께 움직이는 듯하다.
특히, 고속으로 달릴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액셀을 밟으면 밟을수록 차가 오히려 더 땅에 붙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땅에 달라붙어서 주행하니 아무리 빨라도 위험하다는 불안함이 없다.
이런 고속 주행감이 매우
경쾌했다.
나는 본디 태생이 안정 지향형 인간인지라 발생가능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며 운전한다.
보수적으로 운전할 수밖에 없고, 또 그만큼 안전하게 주행하고자
노력했다.
근데 그런 내가
BMW를 구매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고속주행을 즐기는 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보다 훨씬 많이 운전하는 와이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요즘 조수석에 앉으면 계속 잔소리를 하느라 부부 금슬에 텐션이 올라간다.
BMW 차량의 앞뒤 번호판 케이스에는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문장이 박혀있다.
직역하면 '완전한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의미이다.
오피러스를 탈 때와 완전히 달라져버린 나를 보면서 BMW가 추구하는 가치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버렸구나 생각한다.
운전이 재밌다는 생각을 실제로 많이 했다.
와이프는
여전히 운전이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는 하는데, 운전하는 걸
옆에서 바라보면 거짓말인 것이 분명했다.
안전을 극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도 이럴진대,
도로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숱한
동료
BMW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면서도 된다.
운전자의 문제가 1차적이지만, 어쩌면 차의 문제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동급이자,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경쟁모델이다.
그런데 둘의 헤리티지는 조금 다르다.
e클래스는
대형세단
s클래스의 동생이라 불리고,
5시리즈는
소형세단
3시리즈의 형이라 불린다.
쉽게 말해 e클래스는 럭셔리를 추구하고, BMW는 스포티함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물론 요즘에야 두 차종 간에 경계가 애매모호해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두 모델을 모두 운전해 본 결과, 여전히 양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민첩하고 기민한 운동성능을 가진 차들을 찾아보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어떤 미련이 자리
잡아 떠나질 않는다.
'포르쉐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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