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끝난 외제차, 그 현실_6편

중고 외제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고함(BMW를 중심으로)

by 비뭉

2023년 1월 즈음,

5년의 보증기간이 갓 끝나고 5만km를 주행한 2018년식 BMW 530i를 구매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4만km를 넘게 타고다녔다. 짧은시간 꽤 많이도 타고 다녔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해,

1인 기준 연소득 8천만원 정도는 되어야 무리없이 외제차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축과 투자까지도 생각한다면 족히 9천만원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잔고장의 많고 적음은 개별 차량의 뽑기 문제라고 치부할수 있어도

모델 자체가 만성적으로 가진 고질병 수리가 상당이 빡세다.

특히, 차의 경우 냉각수를 질질 흘리고 다닌다.


프리미엄 브랜드랍시고 왜 현대기아차보다 냉각수 누수가 잦은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성능을 얻은만큼 내구성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이 업계에서 성능과 내구도는 반비례한다.

벤츠, 아우디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페라리 같은 슈퍼카들은 정기적인 메인터넌스 관리가 필수다.

그런데 렉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안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일까?

당초 렉서스는 고성능을 지향하지 않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엔진 출력에 상한선을 정하는 대신 승차자들에게 극도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물한다.

전자기능들도 검증된 것만 도입한다. 벤츠와 BMW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반면, 렉서스는 현실적 여건 안에서 가장 안정되고 편안한 차량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깃들여져 디테일까지도 챙기다보니 아주 튼튼한 차가 생산되었다. 덕분에 차량 정비업소 접근성이 좋지 않은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참고로 LEXUS의 어원이 Luxury Export to US 이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타겟팅한 럭셔치 차다.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BMW는 타 브랜드에 비해 주행 중 냉각수 온도가 높다. 일부러 펄펄 끓도록 셋팅되어 있다.

이렇게 설계를 해야 엔진 출력을 더 강하고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열과 운동성능은 뗄레야 뗼 수 없는 관계다.

자연의 생물들도 마찬가지다. 최대 110km/h를 달릴 수 있는 치타는 단시간에 매우 고출력을 뽑아내는 만큼 자신의 신체 역시 급격하게 발열 된다. 이때 열을 빨리 배출하지 않으면 탈진에 이른다. 그래서 이 생물은 최고의 속도로 고작 300m 밖에 못뛰는 것이다.

고성능 차량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성이 고점에 다다를수록 발열이 훨씬 더 심해진다. 탈진에 이르지 않기 위해 원활히 냉각을 해줘야 하는데 여기에 냉각수가 사용된다. 발열이 심한만큼 냉각수도 펄펄 끓게 되니 이를 보관하고 순환시키는 장비들이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삭거나 훼손된다.

냉각수 누수라는 고질병은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BMW 철학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재밌는 것은 동일한 5시리즈이더라도 좀 더 낮은 스펙의 520i는 냉각수 누수 고장이 훨씬 적게 발생한다.

530i와 같은 엔진을 쓰면서도 출력이 70마력 정도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252마력→184마력)

100kg 들 수 있는 근육으로 70kg만 들으라고 하면 그 근육은 쉽게 다치지 않는 것과 같다.

520i는 고출력의 스포티한 재미는 비교적 내려놓았지만 그만큼의 내구도를 확보한 셈이다.


도로에는 더 강하고 더 센 차들도 아주 많이 보인다. 그런 차들의 유지관리비는 말할 것도 없다.

530i는 프리미엄 수입차 라인업 중 고출력 축에 끼지도 못한다.

섹시하고 강렬한 차일수록 더 위험하고 더 무섭다.

입구에서부터 좌절한 나는 그런 것들에 아예 마음을 접은지 오래다.


자! 그럼 내가 530i를 타면서 1년에 총 얼마나 쓰는지 계산해보겠다.

차 할부는 없다.

35세 부부운전 보험료 150만원을 낸다. 작년엔 사고를 내서 180만원을 냈다.

기름값은 한달에 25만원 정도니까 1년에 300만원(고급유 권장차량이므로 고급유 먹인다.)

잔고장 및 고질병 수리비 1년 최소 200만원(복불복으로 300만원 이상 가능)

자동차세 35만원

모두 더해보니 총 685~785만원 정도가 나오시겠다. 한달에 60~70만원씩 차에 쓰는 셈이다.

여기에 할부를 껴서 구매한다면 1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말그대로 꼬라박는다.


월급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에만 매월 100만원 가까이 지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기회비용이 크고 아까워서 안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투자가 아니다. 빠르게 감가상각되는 소모품을 위해 땜질을 하고 있는 것 뿐.

사회초년생들은 외제차 구매에 앞서 신중히 고민하면 좋겠다.

무턱대고 질렀다가 감당이 안돼 되파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외제차를 샀냐고 물으신다면...

몰라서 샀다. 진짜 잘 몰라서.

미리 알았더라면 더 신중히 고민했을 것이다.

복어를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안전하고 맛있는 요리가 탄생하지 않았는가?

내가 그 죽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유달리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다.

누구든지 본능적으로 자꾸 눈길이 가는 분야가 있듯이 나에겐 자동차가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나같은 놈은 어쩔수없이 이렇게 계속 살 듯 싶다.

하지만 나처럼 자동차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이런 나조차도 애증이 커져 심란한 날들이 많았다.


별 생각없이 지난 자동차 정비내역들을 쭉 살펴보던 어느날.

내가 겪고 느낀 경험과 생각을 생경하게 글로 전달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작문이 너무 어렵지만서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즐겁게 쓸 수 있었다.

모쪼록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외제차를 사면 어떤 현실이 펼쳐질지, 어린시절 나도 너무 궁금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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