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의 엄청난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때는 2024년 초여름.
타고다니는 BMW 차량 에어컨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여름 초입이다 보니 차 에어컨도 준비가 덜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뜨거운 땀을 뿜으며 운전하는 나를 보니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급하게 정비업소를 방문해 사정을 말했다.
내 얘기를 듣고 차량을 여기저기 점검하던 사장님, 진단결과를 내린다.
"에어컨 가스가 새는것 같아요. 근데 차량 하체에는 문제가 없네요. 아마 에어컨 에바포레이터에서 새는 것 같은데... 이게 BMW G바디 5시리즈 고질병입니다. 그리고 이거 부품가격이 좀 비쌉니다."
보통 외제차 정비업체 사장님이 부품값 비싸다고 말할땐 큰 각오를 해야 한다.
이번달 세후소득이 최저시급에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과연 비쌌다. 200만원 당첨이다.
작년 겨울에 냉각수 누수 잡겠다고 150만원을 썼는데 몇달도 안돼 한큐에 200이 털렸다.
아니, 몇달 전엔 냉각수 누수가 BMW G30바디 고질병이라더니...
이번엔 또 에어컨 고장이 고질병이라고 한다.
뭔놈에 고질병이 이렇게 많아?
아니나 다를까.
매년 여름만 되면 전국에 5시리즈(G30) 에어컨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진귀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정비업소 사장님도 이번주에만 몇개의 에바포레이터를 갈았다고 했다.
기술강국 독일 명차 소리를 듣는 BMW이건만 알고보니 현대차보다 훨씬 더 많은 고질병을 갖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그 계절에 걸맞는 고질병이 터진다.
봄이 오면 날이 풀렸다고 디퍼런셜 오일이 줄줄 새고(60만원 딸깍)
여름이 오면 날이 뜨겁다고 에어컨이 터진다.(200만원 딸깍)
가을이 오면 그동안 잘 버텨왔노라고 주간등이 노래질 수도 있고(비용이 너무 커서 차마 못적음)
겨울 되니 냉각수 없다고 경고등이 뜬다.(200만원 딸깍)
일반적으로 외제차는 보증기간이 끝나면 잠재된 문제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5~6년이란 시간동안 이미 몇만km를 달린 기계이다 보니, 필수 교환해야할 소모품들 또한 고개를 내민다.
어떤 차량도 절대적으로 피해갈 수 없다.
발병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고질병이라 불리는 것들은 이 차량 기계에 특정 부분이 애초에 취약하게 설계되었다는 뜻이다.
운 좋게 아직 고장이 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고장이 날 수도 있다.
아무리 기름칠을 하고 관리를 해도, 설계 결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완벽히 틀어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터졌을때,
보증기간이 이미 끝나버렸다면 오롯이 내 돈으로 감당해야 한다.
모쪼록 보증이 끝난 수입차 구매를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내용까지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입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홈페이지에 찍힌 판매가를 지불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지관리부터가 진짜다.
미래 비용까지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차는 중고로 저렴하게 샀다지만, 앞으로 구매할 부품들은 모두 신품에 걸맞는 값을 쳐줘야 한다.
나 역시 구매할 당시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지금처럼 얻어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때문에 무턱대고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감당이 안돼 되파는 사람들 또한 상당수다.
나처럼 가족이 있다면 와이프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간 수리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순간 난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우리집 자가용을 안전하게 고친 것, 단지 그 뿐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고독한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증 끝난 수입차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정비비로 매년 최소 200~300만원은 지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실제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