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45. 추석전날 아침

by 큰나무

아직 동트기도전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챙겨둔 가방들을 들고 내려와 자동차에 싣고 출발한 시간이 05시다. 고속도로에는 이미 차들이 많아지고 있었지만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하는데도 4시간 반이 걸렸다.


본가에 도착하여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이 제일 짜증 나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서두르게 된다.


밤새 몇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오시는 아버지의 힘겨운 발소리에 나도 덩달아 눈을 뜬다.

몸을 일으키는 거친 소리마다 묵직한 세월의 무게가 묻어난다. 새벽녘이 되어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마음이 놓인다. 그제야 잠시 편히 주무시는구나 싶다.


어머니는 새벽잠이 짧아지셨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일어나 거실 바닥을 쓸고 닦는다.


아버지가 벗어두신 옷가지를 챙겨 세탁기를 돌리고, 텃밭에서 뽑아온 대파와 호박잎을 다듬는다. 차례상에 올릴 재료들을 하나둘 손질하시며, 지난번에 사다 놓은 물고기를 씻고, 시래기 대신 김장김치의 양념을 걷어내 물에 담갔다가 다시 버무려 매운탕 냄비를 올리신다.


아침상을 차려 함께 둘러앉는다. 따끈한 밥 한술, 구수한 국물 한입이 이른 아침이 시작된 느낌이다


식사를 마친 뒤 누님이 주문해 둔 떡집에 들러 떡을 찾아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과 송편을 맛보며, 명절의 기운을 한입에 머금는다.


아내와 어머니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들을 정성스레 준비하는 손끝이 분주하다.


이른 점심을 마치고 나면 시골집도 둘러보고, 선산에도 들러 알밤을 주워야겠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내 마음이 바쁜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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