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36. 인지기능과 신체의 변화

by 큰나무

아직은 아버지의 인지능력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알아보시고, TV 자막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시니까 말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 믿음이 흔들린다. 어제오늘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물으신다.


차례상에 놓을 지방을 써 놓고도 썼는지 잊어버리시고, 밤을 까놓고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오늘이 며칠이냐?”, “언제 가니?”

조금 전에도 들었던 질문을, 다시 묻고 또 물으신다.

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아직은 정신이 또렷하다고 여겼지만, 짧은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오래된 기억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인지 기능의 변화가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변화다.

특히 남자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것은 전립선비대증이다. 미디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광고하는 것도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흔히 보게 되는 문구 —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한 발 앞으로.” — 그 말이 이제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흘리게 되고, 그것이 잦아지면 기저귀를 차야 하는 현실이 온다.


하체의 힘도 점차 약해진다. 다리의 기운이 빠지면 걷는 것은 물론, 일어서는 일조차 버거워진다. 그러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다치고, 결국에는 자리에 눕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순서라도 정해진 듯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노화의 과정이다.


그렇게 신체가 쇠해지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돌보는 보호자의 고단함이 크다.

우리 부모님은 결혼하신 지 70년이 되셨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라’는 옛말을 그분들은 여전히 지키고 계신다. 아버지 곁을 지키며 살갑게 돌보는 어머니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하다. 같은 연세에, 몸도 마음도 지치실 법한데도, 그분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신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고,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내일 것이다.


내 친구 중 하나는 더 위대했다. 친구의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 돌볼 사람이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10년 넘게 아침저녁 따뜻한 밥을 차리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그의 어머니 곁을 지켰다. 그리고 결국 어머니는 친구의 품 안에서 평안히 눈을 감으셨다.

그 친구의 헌신은 그저 대단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면에서 주는 효자상은 덤이었다.


나는 그 친구만큼은 못하더라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버지의 변화가 아프게 다가오지만,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남은 시간만큼은 더 가까이서, 더 따뜻하게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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