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안절부절 아버지
평생 늦잠이란 걸 모르시던 어머니가 오늘따라 8시가 넘도록 기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예감에 안방문을 열어보니, 잠에서 깬 것은 분명한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누워계신다. “어지러워서 못 일어나겠다”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언제 일어나 가져오셨는지 대문 앞에 꽂혀 있던 신문을 가져다 놓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읽고 계신다. 어머니가 아침상을 차리지 않는다고 핀잔까지 주신다. 어머니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도 모르시는 듯, 그저 ‘오늘따라 게으르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우리 가족은 안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머리가 아프거나 체하시면 하루이틀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채, 조용히 누워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하는 분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평소 드시던 멀미약을 드리고, 손끝을 따드리고, 그래도 호전이 없으면 타이레놀을 드리면 된다. 늘 그래왔고, 결국 괜찮아지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 어머니가 밥 한 숟갈 넘기지 못하는 걸 보시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 “무엇이라도 먹어야 산다”며 아침부터 누님께 전화를 걸어 “빨리 와봐라, 네 어머니 큰일 났다”라고 성화를 부리신다.
나는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가지 꺼내고, 끓여둔 국을 데워 아버지께 아침상을 차려드렸다.
정오가 다 되어 누님이 오자,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말씀하신다.
“네 어머니 큰일 났다. 식사를 하나도 안 하고 누워만 있더라.”
아버지의 그 말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평생 어머니의 손에 의지하며 살아오신 분이니, 어머니가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실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이요, 발이요,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그래서 잠시라도 눈에 안 보이면 “네 어머니는 어디 갔냐” 하고 찾으신다.
요즘 세상에 이런 부부의 모습은 흔치 않다. 서로의 불편함을 감싸 안고, 잔소리 속에서도 의지하며 평생을 함께 걸어온 분들. 겉으로는 핀잔과 투정이 오가지만, 그 속에는 깊은 정과 오래된 믿음이 깃들어 있다.
부부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탓하기보다, 그 불완전함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
어머니의 늦은 기침 한 번에 아버지가 안절부절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