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39. 나의 비밀(변명)1.

by 큰나무

나의 비밀 (변명)

중학교 시절, 나는 선생님께 호되게 맞은 적이 있다. 그것도 아버지가 앉아 계신 교무실에서, 교감 선생이신 아버지의 책상 앞에 손을 얹고 엎드린 채 엉덩이에 매를 맞았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를 때린 선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평소 아버지로부터 자주 책망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때리는 선생님은 물론, 주위의 다른 선생님들조차 그 상황을 방관하듯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순간을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의 나는 자존심도, 자존감도 모두 잃어버린 채 그저 수치심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계셨던 아버지. 당신의 눈앞에서 아들이 매를 맞는 모습을 보며 속이 얼마나 뒤집어졌을까. 분노와 수치,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또 한 차례의 매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매 맞는 일은 어느새 ‘월례 행사’처럼 반복되었다. 그 덕분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웠고, 그 싸움의 끝은 언제나 일방적인 아버지의 승리였다.

폭군 같았던 아버지.

그 시절, 나는 공부가 싫었다. 아니, 도망치고 싶었다. 가출이라도 해야 살 것 같았다. 선생님도, 아버지도, 세상 모두가 나의 적처럼 느껴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무섭고, 심지어 죽고 싶기까지 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따뜻한 한마디, 작은 위로 하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다”라고 말해주었다면, 책 한 장이라도 더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내 인생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이는 음악시간에 계이름을 외우지 못했다고 매를 맞은 뒤,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그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그 시절엔 아무도 몰랐다.


진정한 교육은 매나 벌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 선생님이 학생의 감수성을 헤아리고, 존중과 신뢰로 다가갈 때 비로소 아이들은 마음을 연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두려움이 아닌 존경과 믿음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세상은 변했고, 선생님도, 학생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육이, 인간다운 배움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상처의 기억을 덜어내며 간절히 꿈꾸는 변명, 아니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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