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4기 극복기

25. 건선과 찬바람

by 큰나무

지난 3월부터였다.

온몸에 가려움이 심해져 나도 모르게 긁어대기 시작했고, 어느새 피부는 뱀껍질처럼 일어났다.


항문 선종 제거 후 찾아온 건선은 가려움과 붉은 부종을 남기며 나를 괴롭혔다. 피부과에서 바르는 약과 복용약, 두피용 샴푸까지 처방받아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약을 발랐지만, 차도는 더디기만 했다.


나아지는 듯하면 다시 시작되는 가려움은 온몸에 ‘영광의 상처’를 남겼고, 특히 밤이면 더 심해져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렇게 6개월을 버텼다.


그러다 9월이 되자, 배 위로 등 뒤로 가는 손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손바닥이 거북이 등딱지처럼 갈라지던 피부가 어느새 매끄러워지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하얀 비듬도 조금씩 사라졌다.

무더위가 가라앉아서인지, 시간이 해결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긁는 횟수가 줄어드니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졌다.


또 하나,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한몫한 것 같다.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수영장 물에 약품이 많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쨌든 물속에서 운동한 뒤로 가려움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다른 불편이 찾아왔다.

손톱과 발톱이 하얗게 변하더니 단단하던 것이 말랑해지고 약해져 기능을 잃어갔다. 칼슘 부족 때문인지, 곰팡이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불편함이 컸다. 다행히 지금은 새로 자라며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몸의 불편함이 줄어들자 활동량이 늘었지만, 그만큼 체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먹어야 한다 싶어 한 숟가락을 더 들면, 배 속에서 어김없이 신호가 온다.


부글부글 끓는 위의 통증이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처럼 희미하게 울린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약을 먹거나, 잠시 참고 견디면 잦아들지만 식사량과 식사시간을 조심해야 하루가 편안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해서 매일 만 보 이상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욕심이 앞서 목표 지점까지 가다 보면, 어느새 너무 많이 걸어버리고 체력이 바닥나곤 한다. 적당히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12월이 되면 위내시경과 CT 검사로 그동안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다. 꾸준히 걷고, 잘 먹고, 나름대로 관리해 왔으니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찬바람과 함께 조금씩 회복되는 피부처럼, 내 몸도 내 생활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기를.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만큼,,!

작가의 이전글아버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