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5박 6일 본가방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아버지는 이발소에 가자고 하셨다. 여전히 급한 성격은 변함이 없으시다. 아버지가 늘 다니시던 이발소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거동이 불편하시니 차로 모시고 갔다.
그동안 외출이 어려워 어머니께서 직접 머리를 손봐주셨지만, 아버지는 이발소에서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새봄을 맞이하고 싶으셨나 보다. 머리를 다듬고 면도까지 하고 나니 개운하다고 하셨다. 얼굴빛도 좋아 보이고, 아프시기 전 모습과 닮아 보여 사진을 찍어 형제들 단톡방에 올렸다.
이른 점심을 마치고 예약된 척추신경외과로 향했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휠체어를 준비해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조금 걷고 싶다며 골목길을 걸으셨다. 그런데 뒤에서 차가 오자 길을 비켜주시려다 갓길에서 미끄러지셨다. 너무도 순식간이라 손쓸 틈도 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급히 아버지를 부축하며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통증은 없다고 하셨다. 이제는 휠체어에 앉게 하여 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항암치료받느라 약해진 아들이 밀고 가는 것이
아버지는 부담스러우셨는지 여러 번 괜찮냐고 물으셨다.
병원에서는 척추골절 시술한 곳을 살펴봐야 한다기에 오는 길에 넘어지셨다고 하니 X-ray와 CT를 찍어 보자고 한다.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골반 위 허리가 눕거나 일어날 때 심하게 아프시다니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평소 받던 진통제만 처방받고 나왔다. 접수 순서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버지의 성격이 또 드러나신다. 언제쯤 차례가 오는지, 왜 이렇게 늦는지, 앞사람은 왜 안 나오는지 궁금증이 쏟아진다. 실내에서 큰소리로 설명드리려니 주위가 신경 쓰여 조심스러웠다.
소화기내과에서는 늘 받아오던 처방대로 약을 받아 나왔다.
이렇게 하루 만에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내니 이번 5박 6일간의 본가 방문이 한결 여유로웠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신 게 느껴져 다행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서 좋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들이 떠나고 나면 너무 공허하고 허전하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또 언제 오느냐고 물으신다.
문밖을 나서는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