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 집 단감나무
작은 도시에 우리 본가의 작은 마당. 그곳에는 오래된 단감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심었던 두 그루의 단감나무와 두 그루의 대추나무 중 대추나무는 벌레가 많아 일찍 뽑아버렸고, 감나무도 너무 크게 자라 한 그루를 베어냈다. 남은 단감나무 한 그루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38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이면 붉게 익은 단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단감이 풍성하게 열리는 해가 있으면, 그다음 해에는 적게 열리는 해갈이 반복된다.
작년엔 유독 열매가 적어 아쉬움이 컸던 만큼, 올해는 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 본다.
단감이 익어가는 10월 늦가을, 주말마다 가족이 모여 감을 따는 풍경이 펼쳐진다. 시골에 가면 감나무가 많지만, 우리 집 단감나무에서 딴 단감은 부모님과 형제들이 함께 나누어 먹으며 더 달콤한 맛이 된다.
지난해 단감이 적게 열려서인지, 나무는 가지를 길게 뻗고 위로는 하늘 높이 자라려고 했다. 가지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앞집 옥상에 올라 전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지팡이를 짚고 마당에 나오시더니, 궁금하신 듯 참견을 시작하셨다.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다듬어라" 하시면서, "내가 힘만 좀 있으면 다 할 텐데"라는 혼잣말도 흘리신다. 그냥 지켜봐 주시면 좋으련만, 결국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전지 작업을 계속했다.
그 사이 아버지는 몇 걸음 걷기 운동을 하시다가, 허리를 펴며 마당을 오가셨다. 그러다 피곤하셨는지 집으로 들어가셨다. 한참 후 다시 나오신 아버지는 깨끗이 정리된 감나무를 보시고는 흡족해하며 말씀하셨다. "올해는 감이 많이 열리겠다."
올가을에도 아버지와 함께 감을 따고, 그 달콤한 맛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오래된 단감나무처럼, 우리 가족의 따뜻한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래본다.